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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지인 Sep 03. 2024

평범하고 그만하면 괜찮은 카페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처서가 지났지만 여전히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맘때쯤이면


곧 있을 추석을 앞두고 추석맞이 선물세트 기획에 항상 여념이 없었고,

그렇게 며칠 골머리를 앓다가,

부랴부랴 추석이벤트를 홍보하고,

허나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또 기대만큼 매출은 나와주지 않고..


애써 금세 또 핼러윈이 올 테고,

그다음엔 크리스마스란 더 큰 놈이 온다며

실망한 현재의 나를 위로하고,

미래의 나에게 파이팅 하는 것이 늘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올해엔 추석선물세트는 결코 없을 것이고,

핼러윈한정 디저트도 없을 것이고,

크리스마스는 그래도 케이크주문을 받는 정도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유독 손 마니 가는 애들ㅠ



트렌디함과 색다름에 천착하여

특별한 시즌마다 낯설고 이국적인 디저트를 앞세우는 시도를 자주 했던 건,  

항상 세련된 취향과 안목에 대한 조급함이 앞서서라는 걸 그것을 멈추는 순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항상 주문처럼 나 자신에게 얘기합니다.

'그만하면 괜찮다'라고 말입니다.




힘겨운 노력을 피하기 위한 핑계인지도 모릅니다만,

구도심의 오래된 골목의 작은 카페에서

‘나 여기 있어요!’하며

세상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어느덧 지쳐 버린 것 같습니다.


단지 남들보다 앞서나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기분이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안에선 남다른 개성과 능력을 계발하라는 강한 압력이 존재하고

평범하고 무난한 보통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강한 압력 또한 존재합니다.


평범하다는 것은 흔해빠진 것, 개성 없는 것, 노력하지 않는 것으로 비칠까 봐 두렵기도 하고,

모든 매출 부진이 진부하고 무난해 빠져서 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범해서 눈에 띄지 못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평범해서, 편안하고

누군가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카페로

그 누군가들(=단골손님)이 점점 늘어나면서

더 이상 특별한 시즌에

특별한 것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한 특별함을 굳이 내세울 필요가

더 이상 없어진 것입니다.




평범함 없이 어떻게 특별함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무대 위로 나서지 않으면서 결졍적 역할을 하는 무대뒤편에  있는 인물처럼

그만하면 괜찮은 카페의 사장으로

존버하기로 결심하고 나자,


만족스러운 평범함이 실현되었고,

카페손님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삶이 내는 자그마한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됩니다.



성공을 표현하기에 우리의 어휘는 얼마나 빈약한지 모릅니다.


인생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 믿는 사람들은 대단한 무언가가 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세상은 자신의 성공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사람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요


그만하면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최소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해 줄 수 있을 때 가능합니다.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 나를 인정해 주는 것은

그래서 더욱 중요합니다.




' 우리는 우리의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 -볼테르-'



그만하면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면 교만한 것일까요


큰 야망이 없는 나라는 존재를 합리화하는 것도

나의 부족함과 한계를 합리화하는 것도

경쟁에서 발을 빼기 위한 핑계도 아닙니다.


세상의 기준대로 뛰어냐야 하는다는 압박감 없이

평범하고 그만하면 괜찮은 카페가

푸대접받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거품이 적당한 맥주처럼

평범하고 소소한 것들에 이끌리는 삶을 지향하고


평범한, 그만하면 괜찮은, 보통의, 적당한

작고 아름다운 사소한 것들이 가득한 카페에서

매일 손님들을 맞이하면서

평범하고 그만하면 괜찮은 삶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갓 나온 스콘, 작고 소듕한 휘낭시에, 라즈베리에이드, 달팽이, 카네이션초, 식빵굽는고양이, 펌킨할로윈라이트, 디저트박스선물, 손님이 준 비누꽃한송이, 아름다운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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