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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지인 Sep 10. 2024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그래도 카페사장

이 영화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연유에는

영화 ’ 기생충‘ 이후 그다음, 다음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최고상인 작품상을 타는 것을 보고,


'아니, 이런 개똥 같은 영화가 작품상을?' 하며

적잖이 어안이 벙벙해졌었는데,


사실, 나는 이전에 이 영화를 보다가

단 10분 만에 중단했기에,

아무래도 다시 봐야겠다고 맘먹게 됩니다.


하지만 무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라는 것을

알고 보는 재관람에도,

그 선택을 후회하게 되고,

또다시 볼까 말까를 고민하며,

심한 내적갈등에 이르게 되는데..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끊임없는 물음표 지옥을 헤매다

마. 침. 내


기이한 영화적 체험과 함께

어떤 깨달음의 지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 지점이란,


모든 것이 (everything)

모든 곳에서 (everywhere)

동시다발적으로 (all at once)


지금 살고 있는 이 3차원의 세상 외에

수없이 존재하는 다른 차원의 세상,

멀티 유니버스에서

내가 어떠한 '나'로 존재하더라도,


인생이 문제와 절망과 실패의 연속이란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 세상에서는 세탁소 주인이지만

다른 세상에서는 요리사이든, 유명영화배우이든

혹은 어떤 세상에선 핫도그손을 가진 사람으로

살고 있다 해도 말입니다.



따라서 셀러브리티든, 억만장자든 부러운 인생따윈 없어진다


K-장녀로 자라, K-장녀를 키우는 엄마가 된 이후

더 남다르게 다가오는 영화 속 에블린의 가족들도 그랬습니다.


지금 세상에서야 가족이지

다른 유니버스에서는 징글징글하게 나를 괴롭히는 악당들인 그들에게도 다 나름의 사정이 있으며


그렇기에 그의 전 생애를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고는 그 누구도 쉽게 타인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고,


사람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존재이기에

모든 이에게 보편적인 조언이란 또한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지나치게 보잘것없는 사람도,

지나치게 추한사람도 없다. -게오르크 뷔히너-'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지리멸렬한 삶 속에서도

오직 다정함만이 '나'와 나의 세계를

발 디딪고 살 수 있도록 붙들어 줄 수 있다는 것.



나도 오늘 나의 카페에서

세탁소 주인인 에블린처럼

타인을 다정하게, 바라보려 노력해 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중요하게 관찰합니다.


힘든 한 주를 보낸 토요일의 한낮,

조금은 홀가분하게 카페에 앉은 평범한 사람들

평범함은 너무나 값싼 것이지만,

또한 얼마나 비싼 것인지 모릅니다.


특별한 평범함,

평범한 특별함


카페에 모이고,

카페에서 휴식하고,

카페에서 소통하고,

카페라는 공간에서 고단한 하루를 살아갈

잠깐의 힘을, 기운을 얻는 사람들.



내가 이해하고 있던 세상이

보통의 손님들이,

낯선 타인들이 한없이 막역하게 느껴집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합니다.


누군가를 성급하게 결론 내리고,

판단하고 비판하려다가도

이내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진상손님들조차

내게 많은 깨달음을 준

충분히 훌륭한 그들이었습니다.


타인의 결점과 실패만 들여다보려 했던 내가

모두에게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며

각자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카페에서 일어났던 문제의 대부분은

다정함으로 충분히 쉽게 해결되었더랬습니다.



순간 지나가버리는 삶의 반짝임을 놓치지 않는 것도

결과보다는 과정에 관심을 두는 귀한 자질도

다정함에서 비롯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구도심 오래된 골목에서 작은 카페를

가늘고 길게 이어나갈 수 있는 존버의 원천이며

작은 카페만의 성공의 가치가 되리라는 것.


그것이 지금의 3차원의 세상에서

카페사장인 제가 앳앳올을 통해 도달한,

그 어떤 지점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무의미해도,

어디에서 또 다른 무엇이 될 수 있다 해도


I love my job

나는야 카페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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