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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지인 Aug 20. 2024

작은 카페의 성공

작은 카페가 잘 되는 이유

‘창업은 기세다!’

아직도 호기롭게 카페를 차리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카페폐업률은 해마다 기록경신 중인데,

개업률 또한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카페라는 일상적 공간은 사람들에게

어떤 비일상적 환상을 심어주는 걸까요?


손님으로써 잘되는 카페만 가다 보니,

내 카페도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 걸까요?


이 모든 질문에서 저 역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시작이었다는 걸

인정합니다.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는 것이죠.

모르고 있다는 걸 몰라서 용감했다는 걸 말입니다.


그 용기는 아마 개업일이 되면,

경악과 공포로 바뀔 것입니다.

이제 오픈발도 옛말이 된 지 오래입니다.  




수치와 데이터 만으로 상권분석에 의존했다면,

개업 이래 더욱 충격과 공포에 시달릴지 모릅니다.


통계와 데이터를 최우선시한 결과,

그것에 따른 강한 확신으로

예상밖의 일, 터무니없고 기가 막힌 일들, 혼란스러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왜 장사가 이따위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답이 내 예상과 절대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통계와 계산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고,

인간의 욕구와 감정은 더 불완전하기에,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은 의외로 예측하기 힘들고,

분석하기도 매우 힘든 부분입니다.  

이 구도심의 작은 골목에서조차 말입니다



그럼에도

대박을 꿈꾸지 않고,

무리하게 영끌하지 않고

기대치를 확 낮추고,

무리한 비관론과 낙관론,

냉정과 열정 그 사이에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카페창업이 괜찮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망한 카페들의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잘되는 카페(솔직히 잘되는 카페인지, 잘 버티고 있는 카페인지 잘 모르겠지만)의 이유는

거의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특별한 뭔가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바로 ‘편안함’ 때문입니다.


작은 카페를 시작하려 한다면

신상카페, 인스타그래머블함, 독특한 콘셉트를 머리에서 지우세요.

그렇게 해서 잘 되는 oo리단길에 있는 어떤 카페를 레퍼런스 하지 마세요.


인스타에 많이 올라오는 당신이 많이 본 그 카페가 크기는 작아 보여도 작은 카페가 결코 아닙니다.

아마도 어지간히 마케팅비용을 많이 썼을 테고 그래서 자주 노출되었기에 당신에게까지 도달하게 된 것입니다.


인스타피드를 채우기 위해 방문하는 카페는 지양해야 합니다.

첫 방문이 마지막방문이 될 확률이 높으니까요.


지금도 어디선가 신상카페는 생겨나고 있고,

그런 이유라면 우리 카페에 다시 방문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작은 카페 동네카페 1인카페는

거기 있기 때문에 가는 카페입니다.  

첫 방문이 재방문이 되고, 재방문이 거듭되어 단골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손님들은

단지 우리 카페가 편해서 오는 것입니다.


새로움과 독특함, 트렌디함, 힙함과 핫함 사이에서 우왕좌왕하지 말고, 편안함과 따뜻함, 심플과 익숙함을 추구하세요.

작은 카페의 모토는 동네 방앗간이어야 합니다.


매출을 얼마나 찍었더라 하는 얘기보다

(순매출이 아니잖아요)

그냥 나도 모르게 몸이 그리로 향하더라는,

카페방문이 하루루틴이 되었더라 하는 얘기에

더 귀 기울이세요.


혹 카페가 없어질까 싶은 손님들의 염려의 말,

나자신에게 선물하기 위해 디저트를 구입한다는 손님의 말에서 작은 카페의 성공을 발견하세요.


점점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의 시대에서

더 빨리 하려는 것,

더 크게 규모를 늘리는 것에만 몰두하며

그리고 그것이 성공이라 믿는, 누구나 대박을 꿈꾸는 작금의 시대의 모범적인 성취는 아닐지언정,


각자의 방식대로

잔잔바리로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

작은 카페의 성공입니다.


매일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닫으며,

장사가 잘되도 바쁘고,

안돼도 바쁠 정도로 단순노동에 치여 살지만

또 손님이 들어오면 반사적으로 말린 어깨를 펴고, 입꼬리 올리고 ‘어서 오세요’ 인사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바로 작은 카페입니다.


때론 성공은 그렇게

마침 그 시기에, 마침 그 자리에

있었던 덕분에 찾아오는 것입니다


손님은 최고의 인테리어
시간이 만들어준 존재감, 분위기 찐 빈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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