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만드는 것들
롱베케이션을 보내고 다시 카페로 복귀했지만,
쉬어도 쉬어도 쉬고 싶은 게 사람마음
하지만 또 언제 쉬었냐는 듯이
꿉꿉한 날씨에서도
꿋꿋하게
굽굽하고 있는 내 모습이 맘에 듭니다.
보통 휴가여파라는 게 있어서
오래 카페를 닫은 이후에는
손님이 드물기 마련이고
또 그런 걸 알기에
자영업자들이야 으레 내가 지금 쉴 상황이 아닌데, 쉬어도 되나 말아야 하나 하면서도 또 가족들 성화해 못 이겨 마지못해 휴가를 가는 것이고,
가서도 마냥 맘 편히 쉬는 게 쉬는 게 아닐 테죠.
하지만 이번 긴 휴가 이후,
마치 카페 문이 열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방문하는 손님들을 보면서, 분명 이전과는 다른 감흥과 벅차오름을 느꼈습니다.
카페휴무공지를 보지 못하고 오셨다가 헛걸음하신 분들도 다시 오셨고,
막상 휴무라 못 간다고 하니 급 르뱅쿠키가 너무 먹고 싶더라 하시면서 오셨고,
그냥 또 오랜만에 오신 분들까지
대부분이
단골손님이었습니다.
한꺼번에 그분들을 맞이하며,
가끔씩 오래 보는 사이가 이렇게 많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염과 열대야가 며칠씩 이어지는 1년 중
가장 더운 여름의 한복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나는,
그런 날 말입니다.
경기가 안 좋아서
폭염이라서 태풍이라서
손님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최악의 불경기다,
지난해의 매출 반토막이다 말들 많지만
21세기 이래로 자영업자에게 좋은 경기란 게 과연 있었나요?
내가 장사를 시작하면 일단 경기가 나빠지는 게
‘자영업의 법칙’ 아닌가요?
하지만 그런 중에서도 분명 잘되는 곳이 존재하고,
하물며 줄 서는 식당도 있으며,
폭풍이 몰아쳐도 손님은 찾아옵니다.
정기 휴무 이틀에 임시 휴무 5일 휴무 거기에
정기휴무 이틀을 붙여
총 9일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영업일이 개시되자마자
쇼케이스의 안의 모든 디저트가 만들자마자 모두 팔려나갔습니다.
세상에 우리 카페디저트보다 맛있는 것은 너무나 많습니다
지금은 또 두바이초콜릿과 요아정이 유행하는 중입니다만, 우리 카페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단골손님들이 원하시는 것은 그저
내가 먹던 그 쿠키, 갓 나온 따듯한 구움 과자, 사장님이 주시는 그 서비스, 사장님의 따뜻한 안부인사
내가 자주 가는 오래된 골목에 자리 잡은 빈티지한 카페만의 그 분위기..익숙하고 따듯한 것들,
오래 지나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그런 것들입니다.
모두 시간이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한참 시간을 들여 공들여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런 것들이
폭염과 폭설과 태풍과 최악의 불경기를
비껴가게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