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Vertigo)
'라테에 우유가 있나요?'
순간 아무말도 못한 채, 1,2초 간 정적이 흘렀습니다.
지금껏 카페를 하면서 받았던 질문 중,
가장 절 당황하게 했던 질문이었습니다.
솔직히 예전의 나였다면,
'아니, 뭐 이렇게 무식한 사람이 다 있어?'
하고 속으로 굉장히 무시했을 것입니다.
오히려 겉으론 친절을 가장한 만면의 미소를 띤 채, 가식적으로 손님을 대했을테죠.
하지만 전 이제 그런 못난이가 아닙니다.
일매출 22000원의 그날 이후,
대오각성한 사장이기에
'라테에 우유가 있나요?'라고 묻는 손님 또한
우리 카페의 소중한 손님이라고 생각합니다.
'모 이런 사람이 다 있지?' 대신,
'저 사람은 어떤 경험을 갖고 살아왔을까?'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한다면 같은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한여름 폭염에도 자영업자들에게는
모서리처질 정도로 추운 불경기입니다.
카페도 결국 장사이기에
'내가 고작 열심히 해봤자 월급정도밖에 못 버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글쎄요, 그것은 결국 열심히만 하면
고정적으로 돈이 따박따박 들어온다는 말입니다.
저가커피 프랜차이즈를 창업해도 마진율 15% 이하
월매출 2100만 원에 순수익은 290
개인카페임에도 비슷한 순수익이라면
A급 상권에서 프랜차이즈를 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거 완전 럭키비키 아닌가요?
이 불확실의 시대에서
내가 나를 고용해
50% 이상이 단골손님 매출로
꾸준히 갈 수 있는 카페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작은카페, 개인카페의 성공입니다.
일반적으로 흔히 말하는 규모의 성공과는 다른
작은 카페의 성공은
높은 카페폐업률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오래 버티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버티는 것은 결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비관론자처럼 닥쳐올 위험을 대비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해 가며,
때론 낙관론자처럼 꿈꾸면서
그렇게 버텨 나가는 것입니다.
'라테에 우유가 있나요'라고 묻는 손님 또한
카페의 소중한 카페의 손님이고,
그러한
그 누구보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그렇게 버텨 나가는 것입니다.
어느 평범한 날
어느 평범한 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버지니아 울프-
카페일은
생각보다 생각이 필요한 직업이고
깨나 섬세해야 하는 일이고
이윤을 남기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는
장사치가 아닌
손님에게 필요한 것을 안겨드리는
장사인이 돼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타인의 맘을 헤어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고,
또한 나의 맘을 헤아리는 것도
꾸준히 그리고 성심껏 해야 합니다.
결국 개인카페의 마진율을 높이는 것은
나의 인건비이고,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충분히 쉬어야 합니다.
그렇게 버텨 나가는 것입니다.
항상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커피를 내리고
디저트를 만들며
그렇게 버텨 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버티다 보면
하루 매출이 백만 원이 넘는 날도 생기고,
단골손님으로부터
우리 카페의 커피와 디저트를
고생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란 말도 듣게 됩니다.
인생이 찬란하게 빛나는 찰나의 순간들이 그렇게 찾아옵니다.
그렇게 버텨 나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