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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fflo Apr 26. 2024

<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혜의 깊이와 힘, 창조하는 기쁨을 알기 위해

[학문의 즐거움]의 저자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출판사의 저자소개를 인용하자면,

'벽촌 장사꾼의 열다섯 남매의 일곱 번째 아들.
유년학교 입시에서 보기좋게 물먹고 한때는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곡절 많던 소년.
대학입시 일주일 전까지 밭에서 거름통을 들고, 대학 3학년이 되어서야 수학의 길을 택한 늦깎이 수학자.
끈기 하나를 유일한 밑천으로, 미국 하버드로 건너가 박사를 따내고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받았다.
골치 아픈 수학에서 깨달음을 얻은, 즐겁게 공부하다 인생에도 도통한 평범하고 희한한 수학자.'  이다.

사실 브런치를 시작한건 책리뷰를 하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인생책'이라고 할 책들은 꼭 공유하고 싶어 가끔가다 책리뷰를 올리고 있다. 이 책은 고등학교 홈스쿨링 시절 엄마로부터 건네받은 책이다. 서울대생들의 필독서라고 몇권을 샀는데 그 중 이 책이 포함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책표지가 너무 올드하고 단조로워 어린 나는 한참을 방치해두다, 공부에 지칠때쯔음, '그래 도대체 학문의 즐거움이란 무엇이냐!!!' 라는 마음으로 꺼내들었다. 책을 읽은지 약 10년이 지나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다시 읽으며 책리뷰를 작성하였다.
책 표지를 넘겨보니 표지 바로 뒤, 첫 장에 붙여져있는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열몇살의 나는 이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나보다.



창조하는 기쁨의 하나는 새로운 자기를 발견하는 것이다.




"창조하는 기쁨의 하나는 새로운 자기를 발견하는 것이다." 196p
"유연한 자세. 해결방법이 차단되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데까지 물러섰다." 175-176p
"창조. 창조는 실제 만들어보아야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  177p
이 포스트잇을 발견하자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의 강렬한 인상이 그 향수가 다시금 느껴진다. 그래 내가 이래서 이 책을 좋아했었지.


<학문의 즐거움>은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자서전이다. 그는 근면하고 독립적인 장사꾼인, 그렇지만 대학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합격할 수 있는 똑똑한 사람만이 가는 곳이다 라는 신념과 '먹고 사는 것'만큼 이 세상에서 소중하고 강한 것은 없다는 철학을 가진 아버지와 자유방임주의로 열 다섯명의 자녀를 키워낸 어머니의 사이에서 만주사변 시기에 4남으로 태어나고 자랐다. 그의 어머니는 자유방임주의자이기는 했지만(15명 키워내려면 어느 정도 그럴 수 밖에는 없었을 것 같다.) 나름대로의 기준은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단지 아이들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키우지만 않았을 뿐, 항상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 되고 싶다는 장래 희망에 대해서는 늘 찬성하며 아이들의 성장기에 점점 많아져가는 질문에는 대답할 지식이 없어도 '모르겠다'라는 말을 하거나 화를 내는 대신 '글쎄, 왜 그럴까? 그건 네가 커서 공부하면 알 수 있을 거야.' 라며 같이 생각해주셨다고 말한 것을 보면,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자유방임주의를 긍정적인 이미로 저술한 것 같다. 덕분에 그는 생각하는 기쁨을 일깨울 수 있게 되었다.

학창시절에는 깊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후지모토라는 친구를 우연히 사귄 계기로  등하교길에 늘 그와 철학, 예술, 음악 등의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의견교환이 그들의 주된 대화 내용이었다.  그는 어머니로부터는 생각하는 기쁨과 생각에 가치가 있다는 점을 배웠고, 친구인 후지모토와의 대화로부터는 깊이 생각하는 힘을 키웠다고 확신한다.
중간의 많은 내용을 생략하며 리뷰를 작성하고 있지만 중학교 시절 한 때 그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다가 우여곡절의 끝 뒤, 수학을 접한 뒤 흥미를 느끼고 곧, 수학의 길이 그의 길임을 알게 된다.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탄생의 시초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그가 생각하는, 우리가 왜 배워야 하는가 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그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가 말하기를, 우리는 인생에서 깊이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있고,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공부하는 목적 중 하나라고 하는데, 깊이 생각해야 할 때 필요한 이 '지혜의 깊이'는 공부를 통해서만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공부를 해야하는 대략적인(꽤 요약적인) 이유는 머릿말에 다 소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배우는가? 인간의 두뇌는 과거에 일어난 일이나 얻은 지식을 어느 정도는 잊어버리게끔 되어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의 두뇌는 과거에 습득한 것의 극히 일부밖에 기억해 내지 못한다. 그런데 왜 사람은 고생해서 배우고, 지식을 얻으려 하는가?
나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배워 나가는 과정에서 지혜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지혜가 만들어지는 한, 배운 것을 잊어버린다는 것이 결코 손해만은 아니다.
...지혜에는 대상을 깊이 살펴 보는 '깊이'라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결단력을 유도하는 '힘'이라는 측면도 있다.
그러므로 나는 '왜 배워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하여, 이러한 '지혜'를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고 싶다.
...학문을 즐거운 것, 기쁨을 맛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학문에는 배우는 일, 생각하는 일, 창조하는 일의 즐거움과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창조하는 즐거움, 기쁨. 그것은 아마 자기 속에 잠자는, 전혀 알지도 못했던 재능이나 자질을 찾아내는 기쁨, 자기 자신을 보다 깊이 인식하고 이해하는 기쁨이 아닌가 생각한다."  _머리말 중


중고등학교 홈스쿨링 시절 공부가 너무 지겹고 길을 잃어 제목만 보고 집어들었던 책인데, 내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물론 삶의 철학까지 배워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표지를 덮고 난 후 꼭 끌어안았던 책이다. 공부는 평생해야한다라는 주의인데(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너무 힘들거나 인생의 시행착오들이 너무 벅차고 의미없이 느껴질때는 바로 기억 속에서 책을 읽었던 순간의 인상과 깨달음을 꺼내보는 책이다.
책리뷰를 자주 쓰는 편은 아니지만.. 공부를 하다가 지친 누군가, 삶이 지겨운 누군가에게는 동기를 줄 수 있는, 꼭 추천하고 싶은 자서전이어서 피로 인해 저하된 집중력을 뒤로하고 리뷰를 작성한다. (사실 정신을 차리려 시끄러운 락을 들으며 미친듯이 작성해 내려가는 글이라 아주...아니 많이 두서가 없을 수도 있다. 이건..... 글을 쓰다 만 것인가...? 하는 인상이 들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이 책을 접하게 된 것만으로도 아주 작은 도움이 된다면 이 글을 읽어주는 당신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 인상깊었던 부분 발췌와 코멘트


"긴 시간을 들여서 모든 것을 알아내기 전에는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는 태도로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 쉽게 해결 할 수 없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순간에는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한 단계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는 비약을 해야 한다. 불연속적인 것을 연속적인 것으로 유도하는 두뇌의 관용성은 비약하는 것을 비약이 아닌 것 같이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사람은 비약 할 수 있다. 이것은 컴퓨터나 로봇에는 없는,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51p

     -> 발전하는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의 차이점인 것 같다. 나는 원래 긴 시간을 들여서라도 모든 것을 알아내고 그 뒤의 단계를 완벽하게 해내야겠다 는 주의였지만, 결국 그 방법은 오히려 어려운 방법이 아닌 쉬운(발전없는) 방법이었고 (나는 무의식에서 나 자신을 속인것이다. 완벽한것이 어려운 것이고 나는 그만큼 가치가 있는 있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완벽하지 않아도 행동을 취함으로서 인간은 성장한다. 컴퓨터나 로봇은 할 수 없는 그 '비약'의 어려움을 극복함으로서 인간은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다.



"경쟁의식이 ... 대부분의 경우 좋지 않은 결과를 내는 것이 보통이다. 왜냐하면 사람이 갖고 있는 정신 에너지 중 창조에 쓰이는 부분의 비율이 경쟁의식으로 인해 질투로 변형됨으로써 상당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정신 에너지는 사고 에너지, 창조 에너지 등을 포함한 에너지인데, 그것이 남과의 우열경쟁에 소모된다면 그만큼 창조에너지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과 경쟁함으로써 자기가 도달하려는 목표의 초점이 흐려지고 결국에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된다. " 98p

       -> 결국 자신만의 기준과 자신만의 길 그리고 자신만의 신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대목이다. 내가 아무리 (에너지 그 어떤 것이라도) 창조하려고 해도 나의 길이 아닌 남의 길을 본다면, 나의 정신 에너지는 소모되어 그만큼 창조 에너지가 적어진다. 결국 '나만의 것'이 중요하다.



"학문을 하는데 있어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목표가 없으면 앞으로 밀고 나갈 정신 에너지가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목표를 확실히 갖고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사람의 성장은 상당히 달라진다. 그 목표에 도달하는 자체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목표가 그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되어, 일을 하게 하고 발전, 진보시키기 때문이다. ... 실제 사회에 나가서까지 퇴색하지 않을 목표가 있어야 한다. ... 목표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목표를 향하여 밀고 나가는 에너지가 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115-117p

     ->  요즘 가장 깊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실제 사회에 나가서까지 퇴색하지 않을 목표와 결국 대략적인, 전반적 내 인생의 큰 틀을 정해야 그 목표로 하여금 나를 길을 잃지 않게 나를 끌어당기는 힘에 되게끔 하는 것이다. 학문에도 해당이 되는 조언이지만 우리 삶에도 또한 힌트를 주는 그의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을 목표. 나는 그것을 요즘 찾아가는 중이다.



"창조에는 먼저 송이버섯처럼 땅밑에서 뿌리를 뻗어가는 축적의 단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축적만 하고 있어서는 송이버섯이 버섯을 만들지 못하고 고사해 버리는 것처럼 창조 없이 인생의 막을 내리게 된다." 145p

      -> 결국 '긴 시간을 들여서 모든 것을 알아내기 전에는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는 태도로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언제까지 축적만 하고 있을것인가? 축적을 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행동을 취해야 한다. 기회를 찾고 나를 시험에 쳐야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문장에서처럼, ,창조없이 고사해버리고 말 것이다. 축적만 할 것이 아닌 본격적으로 내 꽃을 피워낼 구체적 모습을 구현해내야 한다.
그것이 참 나를 발견해가는 '창조'의 기쁨이다.



"불교의 '인연'이라는 말을 창조성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인'이란 땅밑에서 발달해 온 송이버섯의 뿌리와 같이 사람이 부모에게서 이어 받거나, 배웠거나, 공부하며 자기 속에 축적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인'만 가지고 창조나 비약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 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시점에서 송이버섯의 뿌리가 생기는 방해 조건에 해당하는 것이 창조에 있어서도 필요하다. 축적을 표출시킬 조건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연'이다.
불교에서는 '연'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순연' 과 '역연'이다. 실생활에서는 가끔 역연이 표출 에너지가 되는 경우가 있다. '역연'이라는 말은 일반적인 말로 바꾸면 '역경'이 될 것이다." 145-146p

"우리에게 앞으로 가장 많이 요구되는 것은 자기 자신의 판단력(다양한 인생을 살아가는 선택의 지혜)과 생각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원리나 원칙에 맹목적으로 집착하고 있어서는 다양성이나 변동에 대처할 수 없다. 변동과 다양성에 대처하기 위한 교과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 자신이 소심(본디 지니고 있는 마음)으로 돌아가고, 깊이 생각하고, 그 결과 제일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만이 우리에게 남겨진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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