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과 그들에 대한 경멸감
언니와 나는 아빠를 좋아했어. 직접적으로 애정표현을 하지는 못했지만 아빠의 주변에서 놀이를 하고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아빠가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지, 우리를 보고 있는지 살폈지. 아빠가 우리를 재미있는 아이들, 귀여운 아이들로 봐주기를 바랐었나봐. 작은 관심이라도 보여주면 기쁠 것 같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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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내가 아빠를 의식하지 않는 척하면서 놀 때 나는 언니가 아빠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 언니로서 동생과 잘 놀아주고, 명랑하고, 웃음이 많은 아이로 보이고 싶어한다고, 아빠가 자신을 좋아해주기를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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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언니를 바라보던 눈빛이 기억나. 못마땅한 표정. 가끔은 묘하게 웃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얇은 칼로 마음의 껍질이 벗겨지는 기분이 들었어. 말 그대로 아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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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더 이상 아빠의 관심을 받으려고 노력하지 않았어. 그래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상처만 받을 뿐이라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우리는 떠들다가도 아빠가 집에 들어오면 입을 닫았어. 살얼음판 위를 걷듯이 조심히 행동했지.
-답신 중.
언니의 삶을 다른 사람에 의해 이미 망가진 것으로 취급했어. 내가 언니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언니를 가르치려 했어. 언니의 삶이 망했다고 판결했어.
그것이 나를 어린 시절부터 돌봐준 언니에게 내가 한 보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