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한, 또는 결코 우울하지 않은 이야기.
우경은 진경이 여덟 살 때 태어났다. 낯가림이 심하고 조용한 진경과 다르게 우경은 활당하고 적극적인 아이였다. 골목에서 다른 아이들과 놀 때도 꼭 대장 노릇을 했다. 남편은 그런 우경을 눈에 보이게 편애했다. 진경에게는 작은 칭찬 한번 해주지 않고 엄격했지만 우경에게는 다정했고 진경이 있는 앞에서 우경을 칭찬하기를 좋아했다. 둘이 다툴 때에도 언제나 ‘언니가 잘못한 거야’라고 판결을 내렸다. 우경이 뛰어놀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진경에게 어린 동생 하나 제대로 지켜보지 않고 뭘 했느냐고 화를 냈다. 진경은 그런 남편에게 맞서지 않았다. 죄송해요, 아버지. 잘못했어요, 아버지. 그애는 늘 사과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처치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간 그녀는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를 투명 인간 보듯 대했다. 그가 질문하면 짧게 답하고 침묵했다. 한동안 그녀는 그에게 냉정하게 대했고, 소리의 흉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자신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 것처럼 그에게 잔인하게 말했다.
그가 언제나 자신에게 져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자신이 아무리 잔인하게 대해도 참고 견뎌줄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를 그토록 애틋하게 여겼으면서도 동시에 그렇게 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