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일을 멈추지 못하는 아이와 기다리지 못하는 엄마2

11살 보들이, 5살 보들이

by 쉼표

집요하게 화내는 엄마


'한 번 더 기회를 주세요'라는 엄마가 정해 놓은 답을 말하고 난 후 보들이는 내가 동생 꽁꽁이와 저만 내버려 두고 나갈까봐 마음이 다급해진다. 서둘러 가방과 마스크를 챙기고 외투를 입으며 현관으로 향한다. 나는 꽁꽁이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화난 얼굴로 현관을 나선다.


엘레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보들이는 갑자기 "앗! 내 핸드폰"이라고 한다. 나는 더욱 화가 나서는, 내가 다 이 어린 아이를 이겨 먹어야 대단한 사람이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져서, 세상에서 가장 강자가 된 양, 뭐 대단한 것을 가르쳐 주는 듯이 아이에게 말한다.

"그러니까! 니가 핸드폰을 못 챙긴 이유가 뭐야? 다급하게 서둘렀기 때문이야. 왜 서둘렀어? 해야 할 일을 할 때에 자꾸 네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은 일도 필요하면 참을 줄 아는 것이 11살 아이에게는 꼭 갖추어야 하는 능력이야!"


오은영 박사의 조언이 미치는 영향이란 고작,


전날 읽은 책, 육아계의 신, 오은영 박사의 '어떻게 말해 줘야 할까'에서 배운 교훈, 한 상황에서 하나의 교훈을 전달하라, 10단어 이하로 말하라에 대한 최선이 나에게는 겨우 요 정도이다. 시무룩한 아이, 핸드폰이 없어서 불안한 아이에게 '늦었으니까 그냥 가!'라고 하고선 사실 그냥 보내기엔 내가 더 불안하여 '봐줄테니까 뛰지 말고 천천히 가지고 와'라고 금세 번복한다.


화를 가라앉히는 데에 필요한 것은,


핸드폰을 가지고 오는 2분 사이, 나의 불은 놀랍게도 금세 잦아 든다. 불길이 순식간에 커졌듯, 또 순식간에 식는다. 아직 어린 보들이, 피아노 학원을 갔다가 또 수학 학원을 가야 하는 보들이, 방학 중인데도 열심히 학원을 다니고 또 집에 와서 숙제도 해 내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나의 보들이가 내 눈 앞에서 사라진 그 2분 사이 나의 떠나갔던 이성은 민망하게도 슬쩍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보들이의 입장


그리고 사실, 나는 보들이가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요즘 보들이의 마음은 온통 '하트 모아 용돈 받기'에 빼앗겨 있었고 하트를 모으는 조건에 '3번 말하기 전에 할 일 하기'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할 일'은 정해진 일 몇 가지만 포함되므로 보들이가 외출 준비하자는 말을 못 들었어도 보들이가 걱정할 일(하트를 못 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보들이에게 '하트와는 상관 없어.'라고 말해 줬다면 보들이가 화를 낼 일이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보들이의 마음을 알면서도 보들이의 태도에 화가 나서 그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보들이 입장에선 엄마가 동생에게 전달하라고 한 이상 동생은 보들이에게 지시 사항을 전달할 의무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 테고 더군다나 그것이 보들이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하트(용돈)이 걸린 일이라면 동생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본인이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생각할 만한 일이기도 했다.


논리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아이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도, 하던 일을 멈추는 것이 무척 어려운 아이임을 알면서도 나는 참지 못한다.


하던 일을 멈추는 것이 무척 어려운 특별한 아이


나와 남편은 모두 보들이에게 화의 '역치'가 낮다. 물을 쏟아도 꽁꽁이가 쏟으면 "이렇게 닦으면 되는 거야."라고 말하는 친절한 엄마가 되지만 보들이에게는 "그러니까 들고 다니지 말라고 했지!"가 나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보들이의 행동은 너무나 자주 반복이 되고, 결과가 예상되는 행동에 대해 하지 말라는 말을 '정말 안 들리나' 싶을 정도로 무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저렇게 탁자에 물컵을 두면 쏟아지겠는데, 싶어서 "식탁 가장자리가 아니라 안쪽에 컵을 둬야 해."라고 해도 가장자리에 두고 "좁은 공간에선 빠르게 뛰면 안 돼"라고 해도 쉼없이 뛰며 그 결과 물을 쏟고 다치거나 다치게 하기 때문이다.

이 아이가 어린 시절, 비가 무섭도록 오는 날, 아이를 태워야 하기에 우산을 접고(이미 젖기 시작한다.) 옆 차에 닿지 않도록 차 문을 조심스레 열고 카시트에 이 아이를 겨우 앉히면, 이 아이는 차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가려는 나에게 계속 말을 하기 위해 차 문을 닫지 못하도록 했다. (나는 이미 흠뻑 젖는다.) 그러면 나는 비가 오니 문을 닫고 이따 얘기하자고 하고, 이 아이는 '이야기 하고 싶은 순간의 욕구'를 참아내지 못해 계속 차문을 닫지 못하도록 한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너무나 화가 난다.) 이러한 일이 계속, 꾸준히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아이의 행동 하나에 발끈하게 되고 이것은 무척 논리적인 결과처럼 보인다. 심지어 이 작았던 아이에게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아이'라고 탓하기도 하면서.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의심했다고 해야 하나,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문득 떠올리게 된 것이다.


'이 아이는 ADHD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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