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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Nov 27. 2021

악마의 열매였던 토마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남아메리카에서 유럽에 들어온 생소한 빨간 열매. 

녹색 줄기에 열리는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열매. 

하지만 선명한 빛깔 때문에 선뜻 식재료로 사랑받지 못한 열매. 

관상용으로만 재배되었던 악마의 열매란 오명을 썼던 열매. 

그것은 토마토였다.

오늘날 서양요리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식재료인 토마토가 그 편견을 벗는데 이백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토마토에 대한 편견처럼 오해나 잘못된 정보로 인한 고정관념은 좀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때로는 심각한 폐해를 가져온다. 

한 예로 히틀러의 유대인에 대한 편견은 인종차별을 넘어서 이른바 홀로코스트 (불에 의하여 희생된 제물이란 뜻의 그리스어)라는 약 600만의 유대인이 대 학살당하는 비극을 초래했다.


오늘날도 지구 상 곳곳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온갖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외모가 다르다는 것은 사람이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이질감일 듯싶다. 

나와 다르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호기심을 갖기도 하지만 거부감과 경계심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호기심이 꼭 친절함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닌 거 같다.


인구 이만의 스페인의 작은 도시 비토리아에 나타난 동양인들은 참으로 낯선 존재였을 것이다. 

특히 스페인 아이들에게 피부색도 다르고 눈도 작고 더구나 말도 통하지 않는 우리 아들은 처음엔 호기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처음 얼마 동안은 그 아이들에게 친절한 호기심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체구도 그다지 크지 않고 어쩌다 한 번 툭 건드렸는데 아무 반응도 없는 낯선 외국인 아이. 

자기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어리둥절해하는 아들의 모습이 재미있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장난기가 발동했을 것이다.


거창하게 인종차별이란 표현을 빌릴 거까지 없을 것이다. 

단지 짓궂은 호기심과 장난기에서 비롯된 사소한 괴롭힘이 급기야 학교의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가 목을 조르는 일로 발전되었다. 

분명히 그런 폭력이 일어나기 전에 전조 현상이 있었음에도 엄마인 나도 교사들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가 혼자서 그 힘들고 억울한 사정을 엄마한테도 편하게 얘기하지 못한 채 얼마나 힘들고 속상했을까. 

다행히 뒤늦게나마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을 만나 뵙고 가해학생들의 사과를 받아내는 등 교육적인 처리를 하였다. 


그러나 그 끔찍한 일을 당하기 전에 힘든 상황을 눈치챘어야 했는데... 

자녀가 언제든지 어떠한 말이든 할 수 있도록 따듯하고 허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리고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좀 더 세세히 살펴야 했는데... 

지금까지 두고두고 후회되며 아들에게 미안하고 면목이 없다. 


낯선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은 이국적인 문물을 접하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그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특히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견뎌야 하는 상처 받는 순간도 있다.


나는 지병인 기관지 천식 치료를 하러 병원에 자주 가야 했다. 

어느 날 팔에 주사를 놓던 간호사가 당신 피부는 왜 이리 딱딱하냐고 물었다. 

어떤 대답을 해야 했을까? 

그 사람은 무심코 던진 말이었겠지만 그때의 언짢았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소위 3D (어렵고 difficult, 더럽고 dirty, 위험한 danger) 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과 농. 어촌의 일손 부족이 심화됨에 따라, 동남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그 일들을 대신하게 된 지 오래다. 

또한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해온 외국인 여성들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 사회도 다문화 사회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와 다른 다양한 피부색과 외모를 가진 외국인을 보는 것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유달리 우리는 오천 년 역사를 통해 우리가 단일민족임을 강조하고 그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때론 지나친 자긍심이 자칫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사실 편견과 차별이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현상이겠는가! 

같은 혈통과 언어를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끼리도 서로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인해 세상이 시끄러우니 안타까울 뿐이다.


나와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며 차별할 일도 아니다. 

모두가 다 같다면 이 세상이 아름다울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이며 그 과정에서 같음을 찾아내고 더불어 조화를 이루어갈 때 참으로 평화로운 세상이 올 것이다. 

세상 낯선 어디를 가더라도 편견과 차별 그리고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써본다.



© kie-ker,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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