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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Nov 16. 2021

해외 원정의 일등공신, 하몽과 초리소

© lynnvdbr, 출처 Unsplash

하몽과 초리소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식의 하나이다. 

하몽은 돼지의 넓적다리를 포함한 다리 부위를 잘라 염장한 뒤 그늘에 거꾸로 매달아 말린 햄의 일종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청어나 고등어를 소금에 절인 뒤 해풍에 말린 과메기와 비슷하다. 

그리고 초리소는 돼지 창자 속에 잘게 다진 고기와 파프리카 가루를 섞어 소금 간을 한 소를 채운 것이다.

그것을 훈제를 하거나 자연 상태에서 숙성시킨 소시지의 일종이다. 


하몽과 초리소는 스페인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음식이다. 

그러나 처음에 선입견 때문에 선뜻 입에 넣기가 망설여지는 먹거리이다.

하지만 일단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 보면 짭짤한 맛과 함께 고소한 고기의 맛이 느껴지는 잊을 수 없는 풍미가 있다. 그래서 자주 찾아 먹게 되는 영양가가 풍부한 좋은 단백질원이다. 


특히 하몽을 갓 구워낸 바게트 빵 사이에 끼워 먹으면 간단하고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이 하몽 바게트는 만들기 쉽고 휴대하기 편하다. 

그래서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피크닉을 갈 때나 가족들과 함께 여가로 스포츠 활동을 한 후 허기를 달래기 위한 간식으로 애용한다. 


하몽 바게트는 우리 가족도 자주 즐겨먹었던 음식이기도 하다. 

그 덕에 우리 딸은 자신이 커서 결혼해서 임신하여 입덧을 하게 되면 아마 하몽이나 초리소가 생각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구할 수 없어 못 먹게 되면 슬프겠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데 다행히 오늘날 우리나라 웬만한 대형마트나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참으로 좋은 세상임을 실감한다. 


또한 하몽과 초리소만큼 스페인산 포도주도 우리나라 마트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육류 중심의 식단에서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마실 거리로 포도주 만한 음료는 없는 거 같다. 

나는 애주가도 아니며 술에 약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고기를 먹을 때마다 포도주를 늘 곁들여 먹었던 것 같다. 

포도주가 육류의 느끼함을 잡아주며 소화를 도와주는 느낌에서였다. 


15세기경 이탈리아인 콜럼버스는 스페인 (에스파냐) 여왕 이사벨라에게 인도 항로를 개척하자는 제안을 했다.

즉 유럽에서 비싸게 팔리던 향료를 싸게 사와 이익을 남기자는 것이었다. 

당시 육로를 이용한 무역을 통해 얻는 수익은 대부분 이탈리아나 터키 상인들이 가져갔다.

그러니 해상 무역로를 개척하자는 콜럼버스의 제안은 솔깃한 것이었다. 

스페인 여왕은 콜럼버스에게 세척의 배를 제공했다. 

이 배를 제공받은 콜럼버스와 그 선단은 인도가 아닌 신대륙을 발견하였다. 

그것을 기점으로 해서 스페인은 중남미에 광대한 식민지를 건설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대의 무적함대를 거느리는 해상 국가가 되었다.


이런 해외 원정은 콜럼버스의 도전정신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사벨라라고 하는 한 지도자의 혜안과 결단력도 한몫을 차지한다. 

그런데 나는 하몽과 초리소와 포도주를 또 다른 일등 공신으로 꼽고 싶다. 


음에 스페인의 한 항구를 떠난 콜럼버스가 지휘하는 선단은 70 여일이라는 긴 항해 끝에 신대륙에 도착했다. 

그 긴 항해로 지친 선원들에게 하몽과 초리소는 질 좋은 고마운 먹거리였다. 

또한 포도주는 향수와 여독을 달래주는 훌륭한 마실 거리였을 것이다. 


파도와 바람과 때로는 내리쬐는 햇볕 등의 육적인 어려움. 

그뿐 아니라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 

불현듯 밀려오는 파선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와 불안.

이것들과 맞서 싸워야 했을 선원들. 

그런 선원들의 생명을 유지해 주며 지친 심신을 달래줄 간편하고 오래 저장할 수 있는 먹거리와 마실 거리. 

그것들 덕분에 그들의 목숨을 건 항해가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스페인에 그 막대한 부를 가져다준 성공적인 식민지 개척의 일등공신.

그 고단하고 기나긴 항해의 여정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 

그것은 휴대하기 간편하고 조리가 쉽고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영양가가 풍부한 단백질원인 하몽과 초리소라는 먹거리였다. 

그리고 그와 궁합이 잘 맞는 음료인 포도주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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