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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Jan 07. 2022

나의 스페인 살이


1998년 2월 말 나는 아이들과 함께 스페인 비토리아에 도착하였다.

남편은 주재원으로 이미 수개월 전에 도착해 있었다. 


당시 모 그룹의 총수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 이른바 세계경영이라는 기치 아래 세계 각국에 공장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공격적인 경영은 자기 자본보다 차입금이 더 많은 부실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이룩한 성과였다. 

그래서 결국 그룹 해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우리 남편을 포함한 그 그룹의 많은 임직원이 실직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그 총수의 세계경영 전략은 세간에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진취적이고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 전략의 일환으로 남편의 회사는 스페인에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 실무 책임자로 남편은 수년 전부터 수개월씩 스페인 출장을 다녔다. 

그리고 공장이 완성된 뒤 구매담당자로 발령이 난 것이다. 


나는 당시 천식이 발병하여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러므로 남편의 해외 발령은 내게 반가운 일이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스페인에 와서 살게 되었다. 이삿짐은 배편으로 보냈다. 

당장 필요한 짐을 두 개의 트렁크에 꾸려 인천공항을 떠났다. 


당시까지 내가 비행기를 탄 것은 신혼여행으로 제주도에 간 것이 전부다. 

그런데 비행기로 장장 13시간이나 걸리는 유럽의 먼 나라 스페인을 향해 가고 있으니 오만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지만 외국인과 영어로 소통하는 것은 공포 그 자체이다. 

내향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긴장하면 아주 쉬운 말도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니 여정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스페인까지 가려면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제대로 환승을 할 수 있을까. 

도중에 아이들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괜한 걱정 속에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스페인에 첫발을 내디뎠다.

호기심과 설렘과 두려움 속에 그렇게 스페인 살이는 시작되었다.


2년 동안 그곳에 살면서 경험했던 것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이제 그것들을 풀어낼까 한다. 

요즘 맛집이나 경치 좋은 곳을 소개하는 정보들은 너무나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것에 나까지 일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곳에 살면서 문화적 차이부터 문화적 동질감에 이르기까지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쓰려고 한다. 


피부색과 언어와 생활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꼭 다르다고만 할 수 없는 사람들. 

슬플 땐 울고 기쁠 땐 웃고 화날 땐 화도 내는 사람들. 

평범하지만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과 평화롭게 지내고 싶어 하는 착하고 따듯한 사람들.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그런 사람들을 만난 스페인살이는 참 좋은 기억이었다. 

그런 좋은 추억을 가졌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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