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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Jan 08. 2022

스페인의 영수증 주고받기 문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국가부도를 내고 IMF의 관리를 받던 어려운 시절 우리 가족은 주재원이 된 남편을 따라 스페인에 2 년간 살았다.


그곳에 사는 동안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체험하고 느낀 것은 스페인이 이상적인 복지국가라는 것이다.


자국민이든 외국인이든 의료비 전액이 무료였으며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비가 무료였다. 근로조건과 근로자들의 복지 후생을 위한 제도 또한 잘 정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장애인이나 미혼모 같은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보호 장치도 잘 구비되어 있었다. 


이방인인 내 눈에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이러한 천국을 만들고 유지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20 년 전이나 오늘날에도 재정적자로 허덕이는 나라이다. 따라서 유럽 연합에 속한 독일, 프랑스, 영국과 같은 이웃 국가에 재정적으로 민폐를 끼치는 나라 이기도하다.

그래서 천국으로 보이는 스페인도 나름 지혜를 모아 풀어야 할 난제가 쌓여 있긴 하다.


그러나 그 나라 국민은 선진적인 공공의료체계 덕분에 큰 병에 걸려도 돈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본인이 원하는 대로 공공 교육을 대학까지 보장받고 있다. 각종 공공스포츠 시설에서 취미활동과 건강증진을 위한 체력 단련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보장제도가 잘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재원 마련의 바탕이 되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세금 체계라는 공고한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세금이 투명하게 걷히며 전 국민이 세금을 내는 데 대한 조세 저항이나 거부감을 갖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는 국민에게 확실한 사회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합리적 제도를 도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를 한다. 또한 국민은 납세의무를 다 하 한다. 이와 같이  국가와 국민 간의 공고한 사회적인 합의가 있는 것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영수증 주고받기를 정말 잘 실천한다. 동네 골목 어귀에 있는 조그만 과일가게나 채소가게 그리고 정육점과 생선가게 등 모든 영세 상인들까지도 컴퓨터와 연결된 전자 출납 장치를 통해 매출을 기록되고 매출을 확인해 주는 영수증을 발행한다. 이런 영수증 주고받기는 재래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제품에 이상이 있어 반납할 경우 물품 구입 영수증만 제출하면 언제든지 반품과 교환이 가능한 공정한 상거래 질서 또한 잘 확립된 나라이다.


우리나라 치과나 성형외과 등에서 현금 지불을 하면 할인받을 수 있다며 정식 매출 기록을 남기지 않고 영수증을 주지 않는 관행처럼 되어있는  부끄러운 뒷거래가 스페인에는 없다. 깎아주기 즉 할인은 공식적인 세일 기간에만 있을 뿐이다. 즉 탈세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거래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고 국민들도 당연히 영수증을 주고받으며 세금을 내야 한다는 시민의식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월급쟁이들의 근로소득에 대한 원천징수는 확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의 소득이 투명하게 신고되며 그에 합당한 세금이 걷히는지는 의문이다. 법을 잘 아는 만큼 법을 피하여 탈세를 했다는 정치인 및 기업인과 연예인에 대한 추문이 심심치 않게 터진다. 그래서 월급쟁이가 봉이며 법을 요리조리 피해 탈세를 하는 법꾸라지란 말이 난무하는 부끄러운 면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존재한다.


실질적인 복지 정책이 집행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제도의 마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납세의무를 성실히 지키는 국민의 자세이다. 또한 행정부의 투명하고 공정하고 효율적인 국세의 관리 및 집행이 절실하다.


스페인 정육점의 모습. 출처 : 인터넷.


스페인 재래시장의  모습.  출처 :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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