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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Jan 11. 2022

스페인의 교육 제도: 2시간의 점심시간

1998 년 3월부터 우리 아이들은 스페인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아들은  4학년에  딸은 유치원 과정에 편입되었다.

스페인의 학제는 9월 학기제이니 학기 중간에  우리나라 말로 전학을 간 셈이다.  


학교 수업은  오전  8시에 시작해서  12시에   오전 수업이  일단  끝난다. 

그리고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이다.  

이어서 오후 수업이 시작되어 오후 5시에  끝난다.

우리나라에 비해   2시간이라는 긴 점심시간이  있고  점심을 기점으로  오전과  오후 수업으로   편성된  스페인의 교육과정은 퍽이나 독특했다.  


유치원생을 비롯하여  초. 중. 고 전교생이 모두 하루 7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오전에는 주로 언어나 수학, 과학 같은  사고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과목 위주의 수업을 받는다. 

오후에는 예체능과 특기를 계발하는 활동을 주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가  2013년부터 일부 시범학교에서  시행되다 2016년에 전면 확대되었다.  

바로 스페인과 같은 유럽의 학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좋은 취지에서 비롯되었는데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스페인 학교의 특기 계발 활동은  학부모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세라믹이나  미술과 악기 연주 등  특기가 있는  학부모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다양한  클럽활동이  이루어진다.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을 조사하여  클럽을 만들고,  학생들을  희망부서에  배치하며,   클럽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일까지  모든  활동을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주관하고  진행했다.   

교사들은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2시간이라는 독특하고도 긴 점심시간에 집으로 돌아가서  식사를  하는 학생들과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 학생들로 나뉜다.  

스페인에 도착해서 처음  세 달  동안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식사를 했다.

스페인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하고 친구들을 많이 사귀라는  생각에서 결정한 처사였다. 

그러나 그 긴 점심시간에 아들이 스페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그 후부터 집에 와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 급식비는  수혜자 부담이었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하는 학교 수업을 받기 위해  아이들은  아침 7시 반에 집을 나서서  15분 정도 걸어서 학교에 갔다.   

서머타임이 실시되는 하절기엔 우리나라로 치면 오전 6시 반에 집을 나서게 되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이  안 되려야 안 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마치면 나는 아이들 점심을 준비했다. 

그리고 12시까지 학교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것이 나의 하루 일과였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익숙할 때까지  한동안 하루  네 차례  학교로 오고 가는 길에  나도  동행을 했다.  

그러다   점차  아이들끼리 가게 했다. 


대부분의 스페인 학부모들은  오전이나 오후 수업이 끝날  시간에   학교 앞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을 맞이하였다.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아이들의 하루 일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학원 버스가 아이들을 맞는  우리나라와 다른 풍경이었다. 


학교 앞에서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며 여러 가지 정보를  나누었다.  

나도 서투른  스페인어로 다른 스페인 엄마들을  만나고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나오면  엄마들은  학교에서 발송한 가정통신문부터 챙기곤 했다.

스페인 학교 활동에 관한 모든  공지사항은 가정통신문으로 발송되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초등학교 저학년은 알림장에 적어 갔고  고학년들은 각자  수첩에 메모하거나 구두로 학교소식이 전달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아이들과 소통이 되지 않으면 학교 활동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가정통신문제도가  정착되어있고 인터넷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소식을 알 수 있다. 


집에 와서 식사를 마치면  아이들은  편히 쉬기도 하고 놀기도 했다.   

오전  8시 이른 시간부터  공부하느라  지친 아이들은  식사 후 밀려오는 식곤증으로 나른해진 몸의 원기를  짧은 낮잠을  통해 회복했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3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은 원기를 회복시키고 지적 정신적 능력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집에서 뒹글뒹글대며 보내는   달콤한   2시간의 휴식시간.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지의 지중해 연안 라틴어 문화권에서  시행되는

씨에스타 문화(점심식사 후 낮잠 자는 제도 )!

나의 문화권에서는 상상도 못 할  생소하고 독특한 문화!

학생도 교사도 모두 행복했을  달콤했던  그때의 휴식시간이 그립다.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  첫 세 달 동안   점심시간에 집에 오지 않고 학교에서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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