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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Jan 06. 2022

인생, 뭣이 중헌디?  

한국에서도  남편의  퇴근 시간이 이른 편은 아니었다.  스페인에서도 역시 초기 공장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남편은 날마다 야근을 했다. 거의 매일  밤 11시나  되어 돌아오곤 했다.

 

스페인을 비롯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오후 8시가 되면  모든 상가가 문을 닫는다.  우리나라처럼 밤  12시가 넘도록   불야성을 이루는 곳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스페인에서 남편은 한국에서처럼  퇴근 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 한잔을 하느라  늦는 것이 아닌 것이다.  밤늦도록 일을 한 것이다. 

 

내가 천식 발작이 일어나  위험한 고비를 넘겼던 그날 밤도  남편은 밤늦게 까지 야근을 하고 있었다. 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까마득하게 모른 채.  


주 5일 주 40 시간  나인투파이브(nine  to  five)를 철칙으로 여기는 노동자의 권리를 매우 중시하는  나라. 그런 나라인 스페인 사람들  눈에  아내가  응급 상황에 처한 사실도 모른 채,  밤늦게까지  일했던  남편과 그토록 일을 시키는 한국기업이 어떻게 보였을까?   


당시는  많은  세계인들이   일본인들을  경제동물 (economic  animal )이나 일중독자 (workoholic) 라며 폄하하던 시절이었다. 


1998 년 당시  스페인의  이웃나라인 프랑스에서는  주 4일 주 36시간을 부르짖는 노동쟁의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근로자들의  사람답게 살 권리와  삶의 질을  귀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한국인  또한 일본인과 다를 바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스페인에서 우리가 세 들어  살던 집주인은 위층에  살았다.  집주인 부부는  20대의  두 딸을 가진 60대의 중년 부부였다. 우리와 친해진  그 부부가 인생선배로서 우리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었다. 

 자녀들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라는 거였다. 즉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며 놀아주고 대화를 많이 하라는 것이었다.

집주인은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꽤 벌었다고 했다. 그러나  일만 하느라 자녀들과 대화하며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던  젊은 날의  삶이 후회된다고 했다. 아이들은 훌쩍 자랐고 이방인처럼 자신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부부보다 20년 더  많이 산 인생 선배의 조언을 들으면서  스페인 사람들도 개미처럼 일만 하던  시절이 있었음을  알았다.  우리보다 오래전에 먼저   산업화의 길을 걸었던 나라이다.

그 산업화의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오늘날과 같은  삶의 질을 고려한 근로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인생 까이꺼 뭐 있어?  뭣이 중헌디?"   

한 코미디 프로에서 한 개그맨이 던졌던  유행어가 된 인상적인 멘트이다.  


과연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그때  이방인 인생 선배의 조언에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막연한 남의 경험이었다.   남편은 여전히 야근을 해야 했고 잠든 아이들의 얼굴만 보아야 했다.  주말에는 피곤해서

아이들과  같이 놀아  줄   체력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우리  아이들은 비교적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일은  부족함 없이 할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는 아빠 덕분이었다.  그러나 아빠와  스킨십을 주고받으며   정서적인 교감을 했던  기억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뭣이 중하냐 "고  묻지도 못한  채  달리기만 했던 시절이었다.  사람답게 살 권리나 삶의 질에 대해 사회 전반적인  고민이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때였다.


요즘 젊은이들은 퇴근시간이 되면 상사의 눈치 보지 않고 칼퇴를 한다고 한다.  일과 삶을 균형 있게 하자는 워라벨 (work  life  balance)을 외치며 실천하고 있다.  


 " 인생 까이꺼 뭐 있어?  뭣이 중헌디? "


라떼 세대의 시행착오를 답습하지 않는 현명함이다.

출처.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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