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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Jan 15. 2022

스페인의 휴가 문화

우리나라에서 휴가의 의미를 갖는 바캉스란 말은 " 비어 있음" 이란 뜻을 가진 프랑스어이다. 유럽인들이 여름 한 달 동안의 휴가 중 산으로 바다로 피서를 가서 텅텅 비어있는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스페인 학생들의 여름방학은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이다. 여름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함께 스페인 사람들은 7월과 8월 중 한 달을 선택해 휴가를 간다.


휴가를 보내는 방법도 다양하다.

스페인 사람들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며 휴가를 보낸다. 유럽 도처에 있는 취사와 전기시설은 물론 샤워시설까지 편리하게 갖춘 캠핑장에서 텐트 생활을 하기도 하고 카라반을 이용하기도 한다.


또한 휴가지에 있는 주택을 새내기도 한다. 이 주택은 우리나라의 펜션과는 다른 개념이다. 대부분의 스페인 사람들은 자신의 일터가 있는 곳에 있는 본집 말고도 고향이나 유명 휴양지에 이른바 스페인어로 세군도 까사(segundo casa)라고 하는 별장을 갖고 있다.


휴가철에 자신의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지 않는 경우 자신의 별장을 휴가철에 세를 놓기도 한다. 그래서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에 잡지나 전단지에 휴가 기간 중 집을 빌려준다는 광고들이 넘쳐난다.


지형상 북으로는 대서양에 접해있고 남쪽은 지중해에 닿은 스페인은 비교적 해안선이 긴 나라이다. 이렇게 긴 해변을 따라 수영장을 갖춘 별장이 즐비하다. 휴가철에 이런 별장들을 여행객들에게 숙소로 빌려주는 것이다.


스페인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산보다 바다를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해변가에 누워 선탠 하기를 좋아한다. 휴가철이 끝난 후 가무잡잡하게 그을린 피부는 부를 상징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유럽인들은 햇볕을 더 많이 즐기기 위해 하절기에 서머타임 제도를 시행한다. 시계를 한 시간 앞당겨 맞추어 놓고 한 시간 일찍 하루 일상을 시작하고 한 시간 빨리 끝내는 제도이다.

즉 시곗바늘이 오후 5시를 가리키지만 실제 시간은 오후 4시가 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해가 아직도 중천에 떠있을 때인 4시에 퇴근하여 해질 때까지 선베드에 누워 선탠을 하며 햇볕을 즐긴다


한 달이라는 긴 휴가 기간으로 인파가 분산되기도 하고 다양한 휴양지와 시설이 넘쳐나므로 휴가지는 비교적 붐비지 않고 바가지 물가로 골탕 먹지도 않는 편이다. 이른바 가족들과 편히 즐기는 진정한 의미의 휴식이 이루어진다.


당시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은 보통 4일의 여름휴가를 얻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업의 휴가가 7월 말과 8월 초에 집중되었다. 그래서 휴가철에 피서지마다 많은 인파가 몰려 휴가지로 향하는 도로는 주차장이 되기 일쑤였다.


교통지옥을 벗어나 도착한 피서지는 도떼기시장이요. 기승을 부리는 바가지요금은 휴가 기분을 망치는 또 다른 복병이었다. 심신을 재충전하기보다 사서 고생하는 휴가를 경험했던 내 눈에 스페인 사람들의 진정한 의미의 휴가 문화 또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스페인 근로자들은 한 달의 휴가를 가져도 한국 본사 소속인 주재원의 휴가는 본사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그래도 스페인 살이 첫해에 한 달은 아니지만 1주일의 휴가를 얻은 우리 가족은 다른 주재원 가족과 함께 캠핑을 하면서 스페인 남부 지역을 돌아보았다.


시간이 별로 없는 우리는 한 곳에 오래 머무를 형편이 아니다. 날마다 캠핑 장소를 옮겨 다니며 관광을 했다.


두 번째 여름휴가 때는 우리 가족만 프랑스로 자동차 여행을 했다. 물론 숙소는 캠핑장을 이용했다. 모든 캠핑장에 전기 시설도 잘 되어 있어 전기장판만 있으면 텐트 안에서도 땅에서 올라오는 눅눅한 기운 없이 꿀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장판과 콘센트를 연결하는 전기 코드를 안 챙겨 온 것이다. 그런 실수가 없었다면 비싼 호텔방 부럽지 않게 쾌적한 캠핑이 되었을 텐데....


그래도 즐겁고 그리운 그때 그 시절이었다.

캠핑장 모습.  출처 :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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