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가의 버드나무 Jan 26. 2022

스페인의 축구 사랑

2002 년 월드컵을 당시에 지켜본 우리나라 사람은 그 영광스러운 감동의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4강 신화의 기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유럽의 축구 강호인 스페인을 8 강전에서 이긴 쾌거의 순간은 두고두고 잊을 수없는 장면이었다.


유럽의 축구 강국 스페인을 우리나라가 이긴 것은 이변 중의 이변이고 정말로 운이 좋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스페인이 그렇게 우리에게 질만큼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력에 비해 운이 좋았고 반면 스페인은 실력에 비해 운이 나빴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가족이 1998 년부터 2년간 둥지를 틀고 살았던 나라 스페인은 한마디로 축구에 미친 나라이다.


하절기에 더 많은 일조량을 확보하고자 서머타임을 실시하는 나라답게 스페인에서는 한여름 오후 4시가 되면 직장의 모든 업무를 마친 많은 사람들이 햇볕을 즐기기 위해 공원으로 몰려나온다.


공원에 비치된 선베드나 혹은 돗자리에 누워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이들의 모습과 더불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잔디밭에서 축구를 하는 모습이다.

또한 아빠나 할아버지 등 남자 어른들이 네다섯 살 난 어린아이들 하고 축구공 굴리기를 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런 풍경 속에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흔하고 당연한 일상의 모습이지만 나에게는 고정관념을 깨는 이색적인 장면이 있었다. 

어른들과 축구공을 갖고 노는 네다섯 살 난 아이들 가운데 그 또래의 어린 소녀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는 것이다. 어린 여자애들도 축구공을 무서워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축구를 즐기는 모습은 신기하고 이국적이었다.


나의 관념 속에 축구는 강인한 남자들의 거친 운동이란 인식이 있다. 당시 성인 여자 축구단이 우리나라에도 창단되긴 했어도 여자 축구란 개념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다.


축구공 자체도 딱딱하고 축구를 하기 위해선 공을 다루는 기술뿐 아니라 달리기를 잘해야 한다. 무엇보다 강인한 체력과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이라 여성들이 즐기기엔 거친 운동이란 인식이 우리나라에선 보편적이었다.


최근 '골 때리는 여자들'이란 티브이 프로그램이 한동안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도 여자 축구의 위상이 달라지고 인식도 많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축구는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여자 축구는 미개척 분야이며 비인기 종목인 상황이다. 


그런데 20 년 전 스페인에서 곰인형이나 갖고 놀 만한 5살 난 귀여운 어린 소녀가 축구공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은 참으로 놀라운 문화 충격이었다.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남녀 구별 없이 축구를 즐기는 축구놀이가 일상 속에 녹아들어 간 축구에 미친 나라가 바로 스페인이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스페인 민족에겐 축구를 사랑하는 열정의 피가 흐르고 있다. 이런 정열적인 축구 문화는 그들의 식민지였던 중남미 국가의 원주민들에게도 흘러 들어간듯하다. 중남미 지역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도 온 국민들의 축구 사랑이 남다르며 또한 축구 강국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다.


스페인의 소도시인 비토리아에서 프로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응원도구를 들고 경기장으로 모여드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흔한 풍경이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겼든 졌든 축구 경기 후에 벌어지는 뒤풀이 문화 또한 이방인인 나에겐 큰 볼거리였다.


한 번은 브라질의 유명한 축구선수가 비토리아에 경기하러 온 적이 있었다.

거리는 그 선수를 보러 경기장으로 가는 인파로 넘쳐났고 상기된 얼굴로 그 선수 얘기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우리 딸과 같은 반 친구였던 엠마라는 브라질 소녀는 그 선수와 악수를 하고 사인을 받았다며 무척 자랑을 했다고 했다.


스페인 청년들이 선호하지 않는 3D 업종의 일을 대신하러 온 브라질 이민자들이 비토리아 시에도 꽤 많았었는데 아마 그들이 그 선수를 보러 모두 몰려나왔으리라 짐작되었다.


학교와 직장이 쉬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아마추어 축구 경기가 도시 곳곳에 있는 축구장에서 열린다.

이른바 동네 간 축구 경기가 벌어진다.


아이들의 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가면 다리나 목에 깁스를 한 학생들을 종종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 축구를 하다 다쳤다고 한다. 목에 보호장구를 하고 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 해트트릭을 연습하다가 다친 경우라고 했다.


스페인 및 유럽의 축구 국가 대표 팀은 어릴 때부터 축구가 좋아서 축구를 취미로 즐기는 두터운 축구 동호회 마니아층을 통해서 발굴된 축구 인재들로 채워진다. 


지자체 곳곳에 보급된 생활 체육시설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체험하는 가운데 소질을 발견한 인재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종목 진출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업을 제쳐두고 특정 학교에 소속되어 운동만 하는 체육 엘리트 과정을 통해 인재가 발굴되는 우리나라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선수층이 두껍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후진적인 우리나라의 열악한 생활 체육 환경 속에서도 박지성을 비롯한 손흥민 등의 훌륭한 축구 인재가 배출되었다. 


우리나라 생활 체육 환경이 스페인처럼 보편화된다면 축구를 비롯한 여러 종목에서 더 많은 실력 있는 스포츠 인재들이 배출될 것이다. 


스페인에서는 가족들이 축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은 흔한 일상의 풍경이었다.  출처 : 인터넷.
남녀 구별 없이 한데 어울려 축구 놀이를 하는 모습도 스페인에서는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출처 : 인터넷.







작가의 이전글 스페인의 실질적이고 진정한 복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