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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Jan 25. 2022

스페인의 실질적이고 진정한 복지

20년 전 내가 살았던 스페인은 유럽에서 피레네 산맥 남반부에 위치하는 나라는 아프리카라고 조롱당하던 나라 중 하나이다. 

프랑스나 독일에 비해 1 인당 국민소득(GNI)을 비롯하여 GNP(국민 총생산) 나 GDP(국내 총생산) 등 경제 지표가 낮았다.


그러나 내가 체험한 스페인은 어떤 면에선 프랑스보다 더 살기 좋은 나라였다. 파리의 집값 및 월세는 무척 비쌌다. 그에 비해 스페인은 상대적으로 월세도 싸고 생활 물가도 쌌다. 


프랑스 유명 관광지에는 유료 화장실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그런 유료 화장실에는 누런 재생화장지가 비치되어 있었다. 환경을 고려해서 자원 재활용이 잘 되는 나라란 생각이 드는 한편 인심이 야박한 곳이란 생각도 들었다. 화장실 시설도 그리 쾌적하지도 않았다.


반면 스페인은 관광지를 비롯하여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깨끗하게 관리된 무료 공공 화장실을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질 좋은 흰색 화장지가 늘 비치되어 있었다. 


당시 프랑스 근로자처럼 주 4 일 주 36 시간 노동쟁의를 하던 수준은 아니지만 스페인은 주 5 일 주 40 시간을 일하며 한 달간의 여름휴가를 만끽하는 나라였다.


나인 투 파이브라는 시간을 지켜 칼퇴(정확하게 시간을 지켜 퇴근한다는 뜻의 속어)를 한 가장들은 가족들과 함께 그림 같은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여가를 보냈다. 또한 주민 인구수에 비례하여 도시 곳곳에 적정하게 배치된 공공 체육 시설에서 각종 스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 스페인에 위기가 왔다. 1인당 국민소득이 훨씬 더 높은 프랑스가 짠돌이 정책을 펴고 있던 반면 후하고 인심 좋은 공공복지 정책을 펼친 스페인은 국가부도를 맞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나라의 두터운 중산층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그들의 삶은 여전히 여유롭고 풍요롭다. 


최근 우리나라가 주 40 시간의 나라인 스페인보다 1 인당 국민소득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그렇다고 주 52 시간 일해야 하는 우리의 삶의 질이 과연 높다고 할 수 있을까?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외치는 GDP 나 GNI의 수치는 실질적인 삶에서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물고기를 던져주는 복지 정책 또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근본 대책이 되지 않는다.


물고기를 꾸준히 잡을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연구와 고민을 실질적으로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교육이나 의료, 연금제도 등 각종 복지 제도의 허점은 없는가? 개선사항은 없는가? 고민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가지면 어떨까?


또한 다른 나라의 선진제도를 표면적이 아닌 심층적으로 배우며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해 보려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복지란 큰 병이 생겼을 때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것. 정기적으로 교체되어 녹슬지 않은 위생적인 수도관에서 나오는 깨끗한 물을 먹게 하는 것. 누구나 비싼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고민하는 것.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보며 벼락 거지가 되었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 안전망을 든든하게 구축하는 것.


스페인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진정한 복지를 꿈꾸어 보았다.


스페인의 공공 스포츠 시설 중의 하나인 잔디 축구장.  출처 :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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