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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Jan 21. 2022

스페인의 교육 복지

스페인의 교육비는 의료비와 마찬가지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두 무료이다. 

대학 학비가 무료인데도 대학에 가려고 피 터지게 경쟁을 벌이지 않는다. 


대학은 공부를 좋아하고 자질이 있는 사람이 가는 것이지 모든 사람이 다 대학을 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합리적 사고방식이다.


대졸자와 비대졸자 간의 임금격차가 없으며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 사회적인 약속이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만큼 사교육도 발달하지 않았고 사교육으로 인한 병폐도 없었다.


비싼 대학 등록금과 사교육비 증가로 인해 우리나라 학부모의 허리가 휘어진 지 오래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끝났다.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공부보다 알바에 매달려야 하는 흑수저 청년들은 부모 찬스까지 가진 금수저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반값 대학 등록금이 이슈가 되었어도 달라진 게 없는 게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출석 수업이 전무한 상태에서도 대학은 비싼 등록금을 거두어들였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많은 청년들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이미 빚더미에 앉아있다. 

오죽하면 2030 젊은 세대가 헬 조선을 외치겠는가. 


백년대계의 차원에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비가 무료인 실질적인 교육 복지를 펼치는 스페인의 정책이 마냥 부럽게 느껴진다. 

그런 나라에선 세금을 내는 일도 보람 있는 일이다 


반면 교과서 구입비와 점심 급식비는 수혜자 부담을 원칙으로 했다. 

무상으로 받은 교과서를 함부로 굴리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에 비해 스페인 학생들은 교과서를 깨끗하게 사용한다.


세계전도나 미술책 같은 사용 빈도가 적고 사진 화보가 많은 교과서는 공용으로 사용하며 후배에게 물려준다. 


공용 교과서에는 도서대출증처럼 사용자의 이력이 기재되어 있다. 

책이 파손되었을 경우 이력을 추적하여 책을 훼손시킨 학생에게 벌금을 부과한다. 

이런 제도를 통해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공공물을 귀중하게 사용하는 법을 배운다.


최근 우리나라의 무상 교과서와 무료급식에 이어 지자체에 따라 교복도 무료로 제공되는 것을 보면서 새삼스레 스페인 생각이 났다. 

이런 일시적이고 포퓰리즘적인 복지가 과연 국민이 원하는 복지이겠는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중학교와 실업계 고교까지는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확대하는 방침이 추진 중이란 보도를 접한 바 있다. 

또한 유치원 보육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아직은 미흡한 상태다. 


몇 년 전 일부 사립 유치원의 온갖 비리가 드러나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장기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미래의 주역인 어린 세대를 위한 교육 투자 및 고민이 절실하다. 

비효율적인 장치와 제도로 인해 귀중한 혈세가 줄줄이 새서는 안 된다. 


대선을 맞아 정치인들의 공약이 난무하다. 일시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인가? 

아니면 전 국민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실질적이고 탄탄한 공약인가? 

잘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진영논리를 떠나 소중한 혈세가 낭비되지 않고 보람되게 쓰일 수 있는 근본적인 복지정책에 대한 깊은 연구와 사회적인 합의가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와 학교 인근 공원의 모습
스페인 공립학교 루이스 도라오의 학생들이 체육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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