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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Jan 19. 2022

삼포세대란 서글픈 단어

어느 회사에 취업하셨나요?

결혼은 언제 하실 건가요?

아기는 언제 낳으실 건가요?


언제부터인가 청년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선 안된다는 불문율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오늘날의 2030 청년세대를 이른바 삼포세대라 부른다. 

청년 일자리의 부족으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다,

즉 연애, 결혼, 출산이라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 실현을 포기한 세대라는 것이다.


20년 전 우리나라보다 의료 및 교육 등 공공복지가 잘 되어 있어 내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스페인 사회도 청년 일자리의 부족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청년의 심각한 취업난은 비혼과 저출산이라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취업하지 못한 대부분의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지 못하고 부모 세대에 얹혀사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되었다. 취업을 못 하니 결혼을 꿈꿀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저출산의 문제가 뒤따랐다.


법적으로 공인된 결혼을 피하고 동거를 택하는 젊은이도 있었다. 

이런 현상은 개방적인 성문화에서 비롯된 것도 있겠지만 꼭 그렇다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결혼이라는 법적 제도에서 요구하는 부양의 책임감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경제적인 이유에서 출발한 선택이기도 했다.

또한 결혼을 했다 이혼할 경우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위자료의 부담 또한 결혼을 회피하게 하는 원인이기도 했다.


어느 정도 기반이 되어 법적으로 결혼한 커플들도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으로 출산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부부가 뒤늦게 막상 자녀를 원할 경우 불임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스페인은 40 대 이상 고령 출산도 많았다. 

또한 거리에서 쌍둥이나 다둥이를 태운 유모차를 보는 것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이는 불임을 해결하는 시험관 아기 시술이 일반화되어 있었으며 그 결과 인공 수정 시 쌍둥이나 다둥이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기도 했다.


20 년 전 내가 스페인에서 목도했던 청년 세대의 문제를 한국에서 마주치게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양상이 아주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비슷한 시행착오를 우리 사회도 겪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면 사람들은 삶의 질을 중시하게 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학력 고수익 전문직을 갖기를 원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으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당시 스페인에 전문 의료 인력이 넘쳐 나서 해외에 수출해야 할 상황이나 수출할 곳이 없다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었다.

반면 스페인 청년들이 선호하지 않는 3D업종은 구인난을 겪었다.

그런 3D 업종의 일을 아프리카나 스페인 언어권인 중남미나 브라질에서 온 이민자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청년 일자리의 부족은 어찌 보면 절대적인 일자리의 부족이라기보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고소득 전문 직종의 일자리를 공급하는데 사회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을 선진국이 되어가는 모습이라 진단하는 사회학자들이 있다.


우리 사회도 이과 계열의 우수한 학생들이 순수 과학이나 공대보다 의대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의사가 되면 고소득을 보장받던 시절의 영향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병원을 차리고 망하는 의사들도 있다.

반면 타일 공이나 배관공과 페인트칠하는 인력의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지자 그들의 일당이 고공행진을 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직업에 대한 귀천을 따지지 않고 삶과 노동에 대한 가치관을 달리 가지면 다른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


또한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직종일수록 고수익을 보장하고 그 위험도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노동여건이 개선된다면 또한 기피 직종 종사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청년들이 그 직종을 굳이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삼포세대란 서글픈 단어가 사라지는 날을 기대해 보며 이 글을 쓴다.


연애, 결혼, 출산이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마저 포기해야 하는 오늘날의 청년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출처 :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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