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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Aug 16. 2022

하루에 하나

바쁘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중요하다.(1)

10대. 20대의 나는 바쁘게 사는 것이 중요했다.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

그 생각이 거대했다.

잠은 6시간에서 5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이고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이른 아침을 해 먹었다.

각종 뉴스를 보고 하루를 정리하면서 스스로를 격려하고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하루라도 게으름을 피우는 날이면, 쉬는 날이면 뒤쳐진다는 불안함과 조급함으로 강박이 있었더랬다.

나는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왜냐하면 게으름은 곧 도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충분한 휴식과 여유로움, 약간의 게으름을 즐기게 되었다.

하루의 공백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주어도 죄책감 따위는 없었고, 오히려 생각의 유연함을 키우는 것에 도움이 되었다.


바쁘게 살아야 하는 이유.

지금 이 시간을 보내는 이유.

미래에 대한 강박으로 시간을 묶어두지 말고,

현재의 바쁜 내가 미래의 나를 편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강박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되었다.


'지금 내가 이걸 계속하다 보면 이렇게 될 수 있을 거야!'

라는 생각은 한 목표의 동기가 될 수 있고, 다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버틴다.

이 버틴다는 생각이 얼마나 마음의 짐을 얹고, 지치게 하는지 모른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확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

글쎄.. 지난 10년을 그렇게 살아봤다.

일을 하면서, 온전히 즐기지 못한 그 시간들.

과거의 나는 그 시간들을 온전히 즐겼다했지만 현재의 내가 생각하기엔 참, 불안전하고 안타까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차라리 그 시간에 놀걸.'이라는 후회가 나오는 이유가 그 근거일 것이다.


시간을 활용하라는 수많은 이야기들.

그런데 그 시간을 활용할 것을 생각하기보단,

왜 활용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애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운 게 있다.

아이가 낮잠을 잘 때, 옆에서 같이 자라. 집안일을 하지 마라.

나는 그 말이 정말 이해가 안 갔다.

애가 잘 때 집안일을 후딱 해야지. 왜?

아이를 돌보는 것은 체력이 많이 필요로 한다.

아이가 낮잠에 들었을 때, 집안일을 하면 시간을 잘 활용한 것 같아 당장은 뿌듯할지라도 그 하루가, 일주일, 한 달이라는 시간이 쌓이면 체력은 바닥이 나고 아이를 돌보는 중에도 그 시간을 온전히 제대로 효율적으로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을 활용하기 이전에 나를 먼저 돌아봐 줄 것.

엄마이기 전에, 나를 돌봐줄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회사에 복귀하면서 업무를 대하는 나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쫓기듯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급했고 일이 많아서 화도 났고, 자잘한 실수가 보일 땐 끝없는 자책도 컸다. 연차가 쌓여도 그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고 여러 차례의 이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느긋함과 여유로움.

물론 손과 머리는 느리진 않다. 일이 쌓여있으니까,

하지만 업무를 처리하면서 시계를 보는 일이 없어졌고, 한번 더 둘러보고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더라도 허무한 느낌보단 하루를 잘 보내주었다는 뿌듯함과 감사함이 컸다.


나의 시간.

바쁘게 보내는 시간.

그 시간을 바쁘게 보내는 이유.

요즘에 나는 시간을 바쁘게 보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보단, 무언가를 하면서 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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