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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Aug 12. 2022

하루에 하나

나는  가끔 나를 사랑해준다.

그런 날이 있다.

유독 그날 입은 옷이 깔끔하다는 생각이 드는 날.

화장이 잘 되었다는 날.

그런 날은 절로 어깨가 펴지고 고개가 빳빳해지면서 기분 좋은 경직이 온몸에 장착된다.


나는 그런 날.

가끔 옛날의 공주가 된 듯 우아하고 섬세하게 움직이려 한다. 그러면 나는 곧 무언가 되는 사람인양 너그러워지고 교양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클래식 등을 듣곤 한다.


남들에게는 말하지 않는 쑥스러운 이야기.

나에게는 너는 괜찮은 사람이고 멋진 이라고 자존감을 세워주는 비밀스러운 이야기.


하지만 늘 이렇지는 않다.

오히려 스스로를 한심하게 느낄 때가 많고

아주 가끔 자존감이 바닥일 때가 있다.


난 왜 뚱뚱할까?

난 왜 돈이 없을까?

내가 너무 구질구질한가?

나는 왜?


나를 돌아본다는 것 치고는 부정적인 질문들.

내 모습 자체에 대한 불만, 비난은

나를 곧 망가뜨리고 만다.


그런 나를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나를 사랑해주는 시간.

나에게 관대 해지는 시간.

나를 주관적으로 바라봐줄 시간.


그렇게 나는 가끔 나를 듬뿍 사랑해주는 날이 필요했다.


방법들은 다양한데, 그중 거울을 보고 낯간지러운 말은 나에게 참 힘들었다.


넌 멋져

넌 이뻐

넌 최고야


친구들이 거울을 보면서 외쳐보라는 말.

나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가끔 나를 듬뿍 사랑해주고 싶은 날.

사랑해줘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날은 아침부터 다르다.


일찍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고

간단한 아침을 차려먹고

미리 생각해둔 옷과 구두를 신고

향수를 뿌리며 귀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튼다.

그리고 경쾌하게 또각또각 길을 걸으면서

오늘 하루도 다른 이에게 인자한 인사와 웃음과 배려로 보낼 날을 기대하여 본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는 속으로 스스로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정말 멋져

너는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야.

나태하지도 않고 부지런하지.

너의 있는 그대로를 봐, 넌 정말 우아하고 평범하지 않는 특별한 것을 지녔어.

모든 이가 널 멋지다고 하진 않아도, 널 봐 ㅡ 그 어떤 이도 널 보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거야.

넌 오늘도 빛이 나는구나!


과하지 않다.

한없이 과하게 날 사랑해주는 날은 필수이다.


내 인생에서 나를 사랑해주는 날은 많지 않았다.

거의 없었다.

성적표를 보면서 화가 났던 날들.

통장잔고를 보며 한심했던 날들.

쌓여있는 서류를 보며 한숨 쉬는 날들

누군가에게 미움받아 힘들어한 날들

학교에서, 회사에서, 집에서,


그럴 때마다 하는 건 남 탓을 하다가도 결국에 마지막은 나 스스로를 비난하고 무시하며 끝이 난다는 거다.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해지면 안된다지만,

가끔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서

내 스스로를 미친 듯이 사랑해주고 보살펴주고 싶고

그러고 있다.


나는 가끔 스스로를 사랑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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