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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Aug 08. 2022

하루에 하나

사람은 말을 하고 말을 듣는다.

말이라는 것은 참 중요하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 흔한 자기 계발서에도 말이 얼마나 중요하고 신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나도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다른 이들도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다만, 중요한 걸 알지만 ㅡ 조심하기란 쉽지 않다.

생각에서 맴도는 말을 꺼낼 때도 그 형태가 어떨지 장담하지 못하니까 말이다.


나 또한 말을 할 때 생각이 많다.

말을 아껴보기도 하고,

상대의 말을 수긍하기도 하고

최대한 기분이 상하지 않게 말을 건네어도 본다.

그러고 나서 나의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썩 만족스럽지는 못한 편이다.


가족 간에 오가는 말.

직장에서 오가는 말.

친구끼리 오가는 말.

.


어느 하나 그냥 해도 되는 말은 없다.


가족 간에 오가는 말은 평소 긴밀한 관계로, 이런저런 말을 해도 괜찮겠지 ㅡ 가족이니까, 라는 식의 말은 위험하다. 가까울수록, 오래 봐야 하는 나의 소중한 가족일수록 말은 더 곱고 예뻐야 하며 이해와 관용이 필요하다. 또한 그 말을 할 때 나만 잘한다고 해서 좋게 말이 풀어지지 않는다. 다 같이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달까? 그런 마음으로 말을 하자 ㅡ라고 제안을 해도 참 쉽지가 않다. 나에게 있어 제일 어려운 것에 가족 간에 오가는 말이다.


직장에서 오가는 말은 소위 말해 일적인 관계로 딱딱하고 사무적으로 필요에 의한 말만 해도 되는 말이긴 한데.. 사회생활 경험상 그것이 참 어렵다.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을 마주하는 직장동료, 상사의 경우 적당한 선에서 업무이야기를 하고,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선에서의 안부와 센스가 보이는 관심의 말 등이 필요하다.  인간미가 적절하게 섞인, 직장에서 오가는 말도 쉽지만은 않다.


친구끼리 오가는 말. 친구들도 다양하다. 이렇게 말해도 괜찮을 친구. 상처받을 친구. 적절한 답을 원하는 친구, 수긍이 필요한 친구. 적당한 선을 요구하는 친구. 그 선을 서운해하는 친구. 오랜 시간이 쌓이고 보면 그 말들이 쌓이고 쌓여 남은 몇 안 되는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란 감사함과 걱정의 말과 적당한 침묵이 되어간다. 오랜 친구일수록 맘 편한 대화가 가능하지만 그만큼의 조심도 필요로 한다.


어려운 일이다. 말이라는 것은.

생각을 하고 말을 해도, 당시의 상황과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뉘앙스에 따라 말이 전달이 잘 되기도 하고 오해를 낳기도 한다.

말로 인해 관계가 시작되고, 틀어지기도 하고, 그 말이 모이고 모여 나의 인생이 되어주기도 한다.


제일 쉽고도 어려운 말.

하는 말. 듣는 말.

오고 가는 말.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다른 이들은 나를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안다.

하지만 말과 글은 다르다.

나는 말하는 것이 어렵다.


관계에서 오가는 말 말고도,

나이에 맞는 말.

직업에 맞는 말.

직위에 맞는 말.

등으로 ㅡ 여러 상황을 고려한

특수한 경우 등으로 편견 된 말들도 있다.


예를 들자면,

넌 나이도 어린데 왜 그런 말을 해?

넌 글도 쓴다는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해?

등등의 본인이 생각하는 기준에 대해 엇갈린 말들에 대해 지적을 한다는 것이다.


썩 유쾌하지도 않지만, 한편으로는 도움이 되기도 하는 편견 된 말들. 한 번쯤은 경험해본 말들이다.


나는 그 편견 된 말들에 보통 상처를 받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말을 우르르하다 보면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했는지, 잘못한 건 없는지 불안하기까지 하다.

편한 자리, 즐거운 자리에서도

저 사람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니, 또는 이런 사람이니ㅡ라는 식의 편견이 있어 그런지, 가끔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이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편견 된 말을 하며 나를 단정 짓기도 하기 때문이다.


글은 지울 수 있지만, 말은 지울 수가 없다.

글은 쌓여있다가도 한 순간에 정리할 수 있지만,

말은 쌓을 수도 없고 정리할 수도 없다.

글은 수정할 수 있다.

그 덕에 세월이 지난 글을 보게 되면 살아온 인생처럼 수정되어있는 나의 생각들이 보이고

성장하고 있음을, 또는 퇴보해였음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말은 한번 내뱉음으로써 사라지기도 하고 듣는 이의 머릿속에 박혀 그런 말을 한 사람으로 끝난다.


오늘 하루도 많은 말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오늘 하루도 그 많은 말들에 보내고, 난 다른 이에게 어떤 사람으로 되어 갈 것이다.

말을 잘하는 이는 잘 없을 것이다.

자타공인 말을 잘하는 이라 하더라도 후회되는 말 한 가지는 있을 것이다.


말이라는 것이 그렇다.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 이 어려운 말에 대해 관용을 베풀자.

너무 매여있지 말자.

너무 쉽게 내뱉어서도 안 되겠지만 너무 어렵게 묶어두지 말자.

내가 노력했는데도 놓친 말은 그냥 보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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