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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Sep 01. 2022

기록의 습관은 글이 아니어도 된다.

하루에 하나

어릴 적에 있었던 숙제가 있다.

매일마다 일기 쓰기.

취지는 매일 일어난 일을 기록함도 있지만,

글 쓰는 것에 미숙한 아이들을 위해 여러모로 좋은 숙제였다.


그리고 나는 초등학교 1학년,

일기에 대해 선생님이 말을 하길, 일기는 그림일기가 있듯 여러 가지로 표현해도 된다 했다.

당시, 시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터라,

밤바다를 놀러 갔던 나의 기분과 주변 환경에 대해 시로 남겼다.

선생님은 나의 일기에 감명받았고, 엄마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일기를 쓰기 귀찮아하는 아이가 잔머리를 굴린 것으로 치부했다.


기록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간혹 그 기록을 오로지 글. 문자라고만 생각하여 강박적으로 글에 집착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물론, 글 쓰는 연습을 위해서라는 예외는 빼고 말하려 한다.


그날의 기록.

대표적인 게 글이다, 그리고 그림. 사진. 녹음. 녹화 등 다양할 것이다.


오늘 회사 직원분께 들었다. 기록하는 습관을 위해 다이어리를 샀고, 메모를 하려는데 이렇게 그림만 그리고 있네요 ㅡ라고 스스로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았다.


나는 너무 멋지다고 말을 했다.

단순한 글이 아닌 자기만의 개성으로 표현된 그림이, 하나의 기록으로 다이어리에 채워지는 모습은 경이로웠고 아름다웠다.


그날의 기록.

오늘의 기록.

나의 기록.


어느 순간 끊겨버린 형태 없는 기록에 슬펐다.

아쉬워했다.

그리고 회사분의 다이어리를 보고 들었던 생각.

기록의 습관은 글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라는 것.


기록의 형태에 집착하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나의 형태 없는 기록은 어디엔가 새겨지고 있을 것에 되새여 본다.

그럼 나의 기록이 어디엔가 아름답게 새겨지고 있음을 느낀다,

오늘도 나는 바르고 알찬 모습으로 하루를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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