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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Jan 11. 2023

1. 나의 아침은 조금 이르다.

나의 아침은 다른이 보다는 조금 이르다.


아침 5시가 되면,

출근준비를 한다.


냉장고의 반찬과 냉동실의 밥을 꺼내고는

팔랑거리는 조금 큰 사이즈의 손수건으로

반찬과 밥을 싼다.


나의 도시락.


처음에는 알록달록 예쁜 도시락,

보온이 잘되는 도시락.

이것저것 사보고 써봤지만,

제일 좋은 것은

작은 반찬통에 반찬을 각각 나눠 담고,

갓한 밥을 소분하여 냉동실에 얼렸다가

전자레인지로 돌려먹는 것이

간편하고 맛도 좋았다.


이것저것 보냉가방도 들고 다녔는데,

핸드백 하나에 추가로 가방을 들자니 손도

번잡하고, 무겁고, 스타일도 살지 않았다.

그저 반찬통과 밥이 들어갈만한 크기에

튼튼한 가방하나만 있으면 되지 ㅡ 라며

생각한 게, 옛날 학생시절 도시락 싸다니던 이의

향수 젖는 손수건.


밥을 담은 그릇 위에 반찬통하나를 올리고

하늘거리는 손수건을 감싸 쫙하고 짜매면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겠구나 ㅡ 싶다.


도시락을 싸고 나면 캡슐커피를 내린다.


나에게 주는 자그마한 사치이자,

행복이다.


커피를 무척 좋아한다.

직장인들이라면 다들 공감하겠지만,

커피는 생명수나 다름이 없다.

오늘도 잘 부탁한다며

커피를 내리는 머신을 괜히 쓰윽 쓰다듬어본다.


내린 따뜻한 커피를 텀블러에 소중히 담는다.


좀 맛이 좋다는 커피는 매일 사서 마시기는 부담되고

싸다는 커피를 마시기에는 집에서 내린 커피에 비하면 싸다는 표현을 아끼게 되었다.


결국, 이렇게 다 싸다니는 게 마음이 편하달까?


그렇게 준비를 하면

나의 출근 준비는 얼추 끝이 난다.


씻고, 옷을 고르기 전에 휴대폰을 들어

오늘의 날씨를 본다.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내복에 코트를 입는다.

더 추워질 때 패딩을 입겠다는 일념이 있다.

이유라 할 것이 그냥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ㅡ

더 추워질 때 패딩 이상의 무언가를 찾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뭐 내복과 코트 목도리만 있어도 충분히 따뜻해서 그럴지도.


오늘도 나는 코트를 골랐다.


어제 나온 하찮은 분리수거 쓰레기들을 들고 문을 나선다.


오늘도 나의 하루는 시작되는구나 ㅡ 한다.


시린 입김을 호호 불면서

힘차게 나는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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