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을 불어대며, 지하철로 향한다.
도로는 한산하다.
컴컴한 도로 위는 버스들이 줄지어서 지나간다.
개인 승용차는 잘 보이지 않는다.
조용한 도로를 보고 있자면,
아- 오늘도 나의 하루는 조용하고 고요하게 시작하는구나. 싶다.
지하철에 다다른다.
몇몇 분들이 첫차를 기다리며 추위에 웅크려있다.
나는 다이어리를 꺼내서 오늘 할 일을 목록으로 만든다.
그리고 들어오는 첫차.
첫차가 텅텅 비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칸칸이 제각각의 사람들이 앉아있다.
누구는 졸고,
누구는 책을 보고,
누구는 휴대폰을 보면서.
그렇게 조용하게 북적이는 지하철은 새삼 늘 놀랍다.
처음 첫차를 탔을 때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앞으로는 더욱 부지런해져야지! 하고는
첫차를 타기 위해 찍었던 지하철 요금 1000원.
지하철 할인요금은 누구보다도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노력의 선물로 생각했다.
그 선물을 받고, 역 안으로 들어오는 지하철을 보면서.
아- 내가 참 오만했구나 했다.
텅텅 비어있을 것 같던 지하철은,
막차보다도 차 있었고, 생각보다도 붐비었으며,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만이 부지런한 것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 다른 이들의 하루도 일찍 시작되고 있었으며.
나만의 이야기가 일찍 시작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도 일찍 시작되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을 뿐이었다.
붐비는 지하철에서,
나는 오늘도.
하루 일과에 대해 생각하며, 눈을 감는다.
오늘 하루도 다들 알차게 또는 한가하게.
뜻있게 또는 무의미하게.
여러 형태의 하루를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