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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Oct 30. 2023

행복해질수록 두려워져요.

행복. 그리고 두려움

신기하게도 이 두 개는 공존하는 단어입니다.

행복해질수록 잃을까 봐 두려움,


두려운 게 없던 패기 넘치던 10대

당차다 못해 당돌했던 20대

그리고 평온함을 찾는 30대가 되는 순간.

행복했고 두려워졌습니다.


저는 30대에 가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10년도 넘게 만난 저의 단짝.

초등학교 같은 반 같은 동네 친구의 단짝이

10년의 연애 끝으로 가정을 이루게 되면서

저는 아이를 낳고 행복해졌습니다.

문득 들이닥치는 불안감.

두려움.


이걸 다 잃어버리면 나는 정말 어쩌지? 너무 평화로우니까 무섭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생각이 점점 사람을 움츠려 들게 하더라고요.


운전면허증을 20대에 땄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성인이 되고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리스트 중에 하나일 겁니다.

그렇게 저도 20대에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3번이나 떨어졌는데, 과속이었습니다.

넘쳐나는 패기인지, 무지한 무모함이었는지-


그렇게 2종 하나 따고, 욕심나서 1종까지 딴 저는.

차가 없어서 장롱면허로 오랫동안 면허증을 묵혔습니다.


그러다 요즘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운전을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주, 천천히 차가 굴러갑니다.

뒤에 흰 종이에 

얼기설기 진하게 매직펜으로 '왕초보 연수중'이라는 글귀를 뒤에 붙여놓고 말입니다.

액셀을 밟지 않아도 차는 굴러가니까 - 라며 브레이크에 발을 얹어두고

액셀을 밟는 거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뒤에는 어린 딸이 있고, 옆에는 차분하게 알려주는 신랑이 있는데

겁이 났습니다. 겁이 나더라구요.

옛날처럼 막 액셀을 밟던 철부지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주변인을 살펴보며, 현재를 만족하면서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가 되어

행복이 망가질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많이 행복하다는 거겠지요.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아서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10대와 20대는 암울했던 적이 더 많았습니다. 

행복이라는 게 뭐냐- 추상적이다 하면서 행복자체를 부정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때도 두려웠습니다.


세상을 살아가기에 내 존재가 너무 작게 느껴졌고

암울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두려웠습니다.

그러다가 

편안하게 마음을 먹고부터는 행복해하면서 두려워합니다.

일말의 작은 두려움, 


계기가 있었을까? 하면

환경의 변화가 아예 없지는 않았는데

저에게는 그게 '임신'이었습니다.

계획된 건 아니었지만, 내가 지켜야 할 작은 생명이 생기는 순간부터

마음가짐이, 생각이 변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때.

너무 힘든 생활에 쪼들려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 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가져서 힘든 생활을 이겨내 보자.로 바꾸어나가다 보면

행복해집니다. 여유로워지고, 행복함에서 오는 두려움은 마음을 더 풍요롭게 해 줍니다.

아- 내가 정말 행복하긴 하구나. 하면서요.


생활에 쫓겨서 여유와 행복을 찾지 못하는 이.

나보다도 못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해 보이는 이유.

다급함 조급함 막연한 결핍에 대한 스트레스.

내가 놓아야 할 것들.

행복함은 배우는 거더라구요. 행복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려움과 함께 그에 대한 책임감도 배우고, 배려도 배우고 있습니다.


행복해질수록 지켜야 할 것이 늘고 두려워지는 게 당연한 거 같습니다.


오늘 하루는 그랬어요.

행복해질수록 두렵구나, 더 잘해야지, 더 노력해야지.

오늘도 파이팅이야,라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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