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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Oct 27. 2023

평범한 하루였어요.

평범한 하루였다.

근 두 달 동안 내내 평범하고 고요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잔잔하다.


10년 동안 일을 하다가,

타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그만두었다.

이삿짐도 직접 꾸리고, 용달차 한대 불러서 자차로 왔다 갔다.

청소도 직접 했다.

가구도 발품 팔아서 하나하나 고르고

조립하여 만들 수 있는 가구는 이케*에서 사서 조립도 했다.

아직도 집은 정리 중이다.


어수선한 집을 보면서, 아직도 이사의 실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갔다.

10년 동안 일을 했던 터라, '지역보험가입자'라는 단어가 어색하였기에,

지역보험가입이 유리한지, 임의계속가입자가 유리한지 알아보고 왔다.

나의 퇴직과 나의 이사가 새삼 느껴졌다.


대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10년이었다. 직장가입자 외에 낯선 용어.

세상을 아직도 잘 모르는 풋내기였구나 - 하면서

시원 털털했다.

물론 다시 일을 할 생각이긴 하지만, 

한동안 육아에 전념할 예정이니까.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면서

회사도 그만두고, 전에 살던 곳도 떠나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잔잔하게 평범하게 

큰 변화에 동요하지 말자.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공단에서 나와 산을 오르고 절을 다녀왔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 고요한 순간.

크게 숨을 들이켜고 내쉬면서,

내 손을 꼭 쥐고 있는 나의 가족들.


그러니까.

평범한 하루를 그냥 그렇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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