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뛰고 있는 나에게
짙은 안개 속을 거닐다 보면
어딘지 몰라
낯선 두려움에 발걸음이 빨라지고
어느새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막상 달리고 보니,
가까이 지나치는 나무와 풀들의
이슬을 머금고 있던 싱그러움이 좋았다가,
멈추지 않는 숨소리가 거칠어짐에
괴로워한다.
그렇게 몇 번을 보내고 나니,
자욱한 안개 따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다.
보이지 않는 길을 헤치며
달리는 내 모습은
거침없이 차분하다.
고요한 안갯속에서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한다.
차분하게, 거침없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확신을 가진채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누군가가 이 안갯속에 들어오기 전에,
자욱한 안개가 사라지기 전에,
이 속에서의 홀로 하는 질주를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