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27년

동네 형이 한 명 있다.

by 파르티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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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27년

동네 형이 한 명 있다.

나이는 나보다 5~6살 위다.

어려서 같이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나이 차가 있어도

다 같이 놀던 때다.

세월이 지나고 나는 밖으로 나돌았다.

익산 부산 전주 대전 일본 그리고 지리산으로

나는 17살에 집을 떠났다.

고향은 잠시 쉬었단 가는 곳이었다.

방학 때 몇 달 대학에 들어가기 몇 달

군대 가기 몇 달 제대하고 몇 달이 전부다.

어려서 함께 놀기도 했지만

내가 컸을 때 그 형은 아마도 군대에 갔거나

나와는 이제 나이 차이가 나서 삶의

방향이 달랐을 것이다.

그래서 그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 형을 다시 만난 것은 아마도

내 친구 형의 장례식장이었던 몇 해전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이야 형"

"그래….

"너….

"어디 구례에 산다며"

"어"

"네 엄마에게 들었다."

"형은 뭐 해"

"농사도 짓고 일도 하고 "

"아버지도 아프고 보살필 사람도 없고"

" 뭐 그렇게 살았다"

나도 대충 어머니에게 그 형 이야기를 들었다.

그 형의 아버지는 오래전에 중풍에 쓰러졌다.

그 후로 형은 아버지를 보살피면 고향에 남았다고 한다.

어제 비가 오고 해서 전화를 했다.

"엄마 "

"어

"김제도 비가 많이 와"

"어…. 조금

"야'

"그 위 뜸에 그 양반 돌아가셨다."

"어….""27년이라고 하더라"

27년

아버지를 돌보던 청년은 이제 곧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아픈 아버지를 돌보다 그는 결혼도 하지 못했다.

시골에서 농사짓고 아픈 아버지를 돌보는 남자에게

결혼할 여자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던

그 나이와 비슷한 나이가 되었다.

아무도 그렇게 오랫동안 살 것이라고

아니면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병든 몸으로 27년을 살아온 그의 아버지와

병든 몸을 간병하기 위해 보낸 그의 27년

어느 누구에게 찾아올지 모르는 병든 시간....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그건 건강 수명이 아니라

생존 나이다.

그의 병든 아버지는 91세에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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