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감에 동네 친구들과 함께 전주로 떠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겨울, 지옥 같던 학교를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동네 친구들과 함께 전주로 떠났다.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의 사촌 동생이 전주에서 자취하고 있었는데, 우리와 동갑인 여사친이었다.
전주여상을 다녔던 그 친구는 당시 전주에서 가장 커트라인이 높았던 학교에 다닐 만큼 공부를 잘하고 똑똑했으며, 게다가 예쁘기까지 했다.
어쩌다 그 친구 집에 가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몹시 추운 겨울이었고, 친구의 집은 전주 용머리 언덕 어디쯤에 있었다. 오랜만에 모인 동네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마 그 자리에는 여사친의 친구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청춘 남녀들이 모였으니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한참 술을 마시다가 친구의 책상에서 노트 하나를 발견했다. 국어나 영어 노트가 대부분이었는데, '작문'이라고 쓰인 노트가 눈에 띄었다. 노트를 펼쳐 보니 그 친구가 쓴 소설이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40페이지 남짓한 노트에 단편 소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중요했다.
"이 아이는 소설을 쓴는 구나"
나는 공부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던 책벌레였다. 어머니가 용돈으로 몇천 원을 주시면 헌책방에 가서 책을 사서 보곤 했다.
당시에는 몇백 원이면 책 한 권을 살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익산에서 자취할 때 토요일이면 매주 김제에 갔는데 익산 남성고 근처에서 기차역까지 걸어갔고, 그 돈으로 책을 사서 보았다. 그 정도 걷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 소설을 끝까지 읽지는 못했다. 술도 한잔했고, 혹시나 친구가 내가 자기 소설을 읽고 있다는 것을 알면 한 소리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후로 가끔 그 친구가 소설을 썼다는 기억이 떠올랐고, 나도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대자보에 실을 글을 많이 썼다.
하지만 졸업 후에는 한동안 글을 쓸 기회가 없었다. 대학에서 공부를 게을리했던 탓에 졸업 후에는 경제, 마케팅 등 사회생활에 필요한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소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지만, 이상 문학상이나 현대 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을 매년 읽기는 했다.
그러다 우연히 '2004년에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게 되었고, 이후 '참거래' 활동을 하면서 농산물 소개 글을 썼다. 페이스북에도 꾸준히 글을 올렸고, '지리산인'이라는 신문을 만들며 신문 기사도 썼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항상 무언가를 쓰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작년에 우연히 소설을 쓰게 되었다. 사실 소설을 쓸 생각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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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일본에 있던 팀이 회사 아이템을 가지고 사라져버린 일이 있었다. 나는 일종의 구원 투수 겸 해결사로 도쿄에 긴급 파견되었다.
1편 도쿄 출장
그해 겨울, 일본 우에노 역 앞. 일본어 한마디 못하는 내가 일본에 가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일본에서 일하던 팀이 갑자기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가 만들던 프로그램은 휴대폰에 바코드를 전송해 쿠폰이나 회원권, 모바일 머니를 대체하는 서비스였다. 지금이야 누구나 한 번쯤 사용해봤을 법한 서비스지만, 2001년에서 2003년 당시에는 아주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그런데 일본에 있던 팀이 이 아이템을 가지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나는 구원 투수이자 해결사로 일본에 급파되었다. 일본어도 못하는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이란 생각하면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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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이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많은 분이 다음 편을 궁금해하셨다. 그렇게 우연히 소설을 쓰게 되었고, 몇 편의 소설을 더 써보게 되었다. 소질이 있다는 생각보다는 쓰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그렇게 작년과 올해 짧거나 긴 소설을 6편 이상 썼다.
그 소설중 한 편을 지리산인(http://jirisan-in.net/news/index.php...)에 올렸다.
오늘은 '지리산인'에 올릴 소설을 마감했다.
'참교의 키즈의 생애'라는 청년의 삶을 다룬 소설이었다. 아마 내가 두 번째로 쓴 소설이었을 것이다. 일본 이야기를 쓴 후에 길게 한번 써보자는 생각에 썼지만, 읽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을 보니 재미는 없었던 것 같다. ㅎㅎ
그리고 한 달 전에 런메이트라는 소설을 출판하기도 했다.
얼마 팔리지 않을 것을 보면 책을 팔아서 먹고 살 팔자는 아닌 것 같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