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창밖으로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가 보였다.
교실 창밖으로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가 보였다.
구슬 같은 열매가 축 늘어지고 축구공만 한 나뭇잎은 노랗게 물들어 갔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나는 교실에 붙어있는 급훈, '성실, 노력, 근면' 같은 단어를 보며,
'아! 세상은 성실하고, 노력하고, 근면하면 되는 걸까?'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다.
나는 공부를 성실하게 하는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성실한 사람이 노력도 하고, 근면하기까지 한다면 다 성공하고, 행복하게 살 것 같기도 하다가도, 가을걷이를 하는 동네 성실하고 근면하며 노력하는 어른들 중에 가난한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에서 제일 부자인 사람은 매일 자가용을 타고 읍내 다방에 가서 놀다 오는 조 씨 아저씨였다.
성실한 사람도 근면한 사람도 아니었지만 그는 부자였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불성실하고, 덜 노력하고, 근면하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시기 내 기본 생각이었다.
그래서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매일 지각을 했고, 수업 시간에 불성실하게
공부를 하지 않고 딴짓을 했다.
시험을 보는 날에는 최소한의 노력은 하긴 했다.
매번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내가 아무리 불성실하고, 노력하지 않고,
근면하게 살지 않으려 해도 나보다 더 심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들보다 성실하고 근면하고 노력하며 살아버린 것 같다.
앞으로 더 불성실하고 덜 노력하며 덜 근면하게 살아야겠다.
가을 햇살이 너무 좋다.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