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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티잔 Jun 26. 2024

정원일기 3편 "브로콜리와 양배추를 포기하다"

마징가처럼 끊임없이 나타나는 배추희나비 애벌레의 공격

정원 텃밭에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심은 것은 두 번째다.

한 번은 심자마자 죽었다.

이유는 거세미나방애벌레의 활약 때문이다.

거세미나방 애벌레

싹을 먹기 때문에 심고 나서 하루이틀 지나면 누군가 모종을 훔쳐간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거세미나방애벌레는 땅속에 숨어 있다가 밤에 나와서 싹을 먹어 버린다.

뭐지.. 뭐지.. 하다 보면 모두 사라지고 하늘만 보고 있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전략을 세웠다.

땅속을 파해쳐 거세미 나방 애벌레를 모두 살처분한 것이다.

총 8마리가 땅속에 있었다.

그놈들을 처지 해서 그런지 양상추와 브로콜리 모종은 생각보다 잘 컸다.

하지만....


우리 배추흰나비들은 위대했다.

어느 정도 먹을 만 해지자 이번에 배추희나비애벌레들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옆에 있다면 하소연하고 싶다.

배추 애벌레가 글쎄..

내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다 잡아먹었다고 엄마에게 일러바치고 싶다.


정체봉 -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정채봉,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님은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 순천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어려서 엄마가 돌아가셔서 엄마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시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을 읽어 보면 엄마를 만나면 

세상 억울한 일을 일러바치고 싶다는 내용이 나온다.

물론 그만큼 억울한 일은 아니다.


결국

텃밭 양배추와 브로콜리는 배추흰나비 애벌레의 공격에

처참하게 찢겨서 결국 완벽한 양배추로 성장하기 어려운 몸이 되어 버렸다.

내 전략이 잘못된 곳이다.

분명 예상할 수 있는 공격이었다.

내 전략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내가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있던 것은 아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열성을 다해 애벌레를 잡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어디선지 어떤 곳인지 숨어있다가 마징가처럼 끊임없이 나타나니

결국 내가 포기한 것이다.

이건 브로콜리 현장인데 사정은 여기도 같다.

그나마 브로콜리는 잎이 작고 맛이 더 없는지 피해가 작은 편이지만 

이것도 우리가 생각하는 완벽한 브로콜리가 되기엔 부족하다.


그나마 내가 위안을 갖는 것은 양배추가 어린잎을 내가 쌈을 많이 먹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양배추 잎을 다 먹어 버릴까 하는 유혹을 참고 있다.


저 구멍 숭숭한 양배추를 모두 먹어 버린다면

나는 배추애벌레에게 승리한 것일까?

라는 의문에 답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끝까지 지켜볼 예정이다. 

나와 배추흰나비 애벌레의 1차 전쟁에서 나는 패배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가을 작기가 남아 있고 나는 다시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심을 것이다.

가을엔 배추희나비 애벌레의 피해가 작은 편이다.

그래서 양배추는 브로콜리를 심고 싶다면 가을에 심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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