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장편 소설 출판을 고민하고 있다.
올봄에 우연하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발단은 페이스북에 20년 전에 도쿄에 살던 이야기를 쓴 것 때문이었다.
사실 소설을 쓸 생각도 없었고 그냥 그날의 분위기에 취해서 쓴 것이었다.
그렇게 쓰다 보니 에이포 A4 60페이지 정도의 중편 소설 하나가 완성되었다.
바코드라는 책이었다.
대략 400여 명이 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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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일본 우에노역 앞
어쩌다가 일본말 한마디
못하는 내가 일본에 일하게 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일본에서 일하던 팀이 갑자기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가 만들던 프로그램은
휴대폰에 바코드를 전송해서
이걸 이용해 쿠폰이나 회원권 그리고 모바일 머니를 대체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누구나 한 번은 사용해 봤을 것 같은 서비스지만
이 시점이 2001년에서 2003년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당시엔 아주 혁신적인 서비스였고 누구나 욕심을 가질 만한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일본에 있던 팀은 아이템을 가지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나는 일종의 구원 투수 겸 해결사로 파견되었다.
나는 우에노역 앞 아사쿠사 뷰 호텔에 머물렀다. 아침에 주로 우에노와 아사쿠사 주변을 달렸다.
일본어도 못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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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1편이었다.
그렇게 한 번 쓰기 시작했더니 9월이 되고 나니 장
편 소설 한 권과 단편 3편 정도를 추가로 썼다.
브런치에 공개한 "윤희"와 공개하지 않은 단편 소설 두 편과 중장 편 한 편..
장편 한 편은 페이스북에 4회까지만 연재하고
추가로 연재하지 않았지만 매일 한 시간 또는 주말에 계속 쓰다 보니 꽤 길게 쓰게 되었다.
[1편 봄날
매캐한 최루탄 연기가 벚꽃처럼 피어올랐다.
수현은 날아오는 화염병이 강진 앞에서 터지는 것을 봤다.
화염병이 터지자 강진의 바지에 불이 붙었다.
강진은 떨고 있었다.
수현이 강진에게 달려가 불을 껐다.
불탄 바지가 다리에 붙어 있었다.
강진이 머뭇거리는 것을 본 체포조가 강진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도망쳐”
수현은 강진 손을 잡고 교문 안으로 달려갔다.
“다행이다.. “잡힐 뻔했잖아.”
교문 안으로 들어와 확인해 보니 바지가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다.
바지를 떼자 강진의 피부가 함께 벗겨졌다.
붉은 피가 흘렀다.
“병원에 가자… 아프지…. “
“뭐. 괜찮아…. “ 강진은 웃으면서 말했다.
“뭐가 괜찮아…. 아파 보이는데….”
강진과 수현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같은 과에 들어왔다.
고등학교 때 말이 없고 얌전하던 강진이 시위 현장에 나온 것을 본 수현은 많이 놀랐다.
그럴 놈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수현은 집에서 학교까지 강진을 부축했다.
강진은 학교 근처에 살았다. 수현은 자취방에서 강진이 사는 곳까지 걸어갔다.
그렇게 수현은 강진과 벚꽃이 질 때까지 함께 걸었다. 꽃이 지자 강진은 혼자 걸었다.
강진은 문학서클에 가입했다. 강진은 고등학교 때 친구보다는 책하고 가까운 아이였다.
친구들이 운동장이나 체육관으로 향할 때 강진은 조용히 교실에 남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모두 국문과에 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강진은 국문과가 아닌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문학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지
문학서클에 가입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운동권 서클이었다. 선배들을 따라 그날 처음 집회에 나갔다 화상을 당한 것이었다. ]
그 중단편이 "빈터"라는 소설이다.
지난 5월 어버이날에 고향집에 갔었다.
우리 집 옆 옆으로 모두 빈집이다.
그런데 그날 옆 집 하나를 철거하고 있었다.
밭을 만든다고 했다.
그 집에 오래전에 이웃이었던 춘배 아저씨가 살던 집이다.
그 집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내 한 때의 추억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춘배 아저씨는 매일 술을 먹는 분이었다.
세상의 모든 울분을 가슴에 안고 살기라도 하듯
매일 술을 먹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매일 아주머니를 때렸고 그때마다 아주머니의
그 집 딸들이 우리 집으로 피신을 왔었다.
어려서부터 그러다 보니 세상에 매일 술만 먹고
여자를 때리는 사람도 있나 보다 했었다.
그 집은 딸만 넷이었다.
모두 예쁘게 생겼었다.
아주머니가 꽤 예뻤던 기억이 난다.
오래전 기억들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점심을 먹고 나가 보니 춘배 아저씨네의 오래된 한옥은
형태가 사라져 있었다.
"빈터"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돌아와서 "빈터"라는 소설을 썼다.
빈터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 수현의 이야기였다.
수현은 경찰서 근처에서 자취를 했었는데
집회 현장에서 나경을 만난다.
나경은 운동권이었다.
수현은 나경이 다는 대학에 들어가고
수현은 열혈 운동권이 된다.
학생 운동권이 되었지만 90년대는 이미
운동권이 쇠퇴하는 시기였다.
나경은 수현을 좋아했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일본으로 떠난다.
수현의 친구 강진은 우연하게 학생운동 서클에
가입한다.
신입생 지수는 수현을 사랑한다.
학생운동에 실망한 수현은 군대에 입대하고
지수와 수현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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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스토리의 소설인데 쓰다 보니 길어졌고
소설 한 편이 만들어졌다.
5개월 동안 매일 1-2시간
주말엔 4-5시간을 이 소설을 쓰면서 보냈다.
꽤 즐겁기는 했다.
하지만 현재 이 소설을 다 읽어 본 사람은
단 2명뿐이다.
몇 명에게 읽어 봐달라고 했지만 아무도 읽지 않았는지 피드백이 없었다.
재미가 없었던 것 같다.
" 나는 재미가 있었는데. ... "
"마케팅의 핵심은 고객중심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나만 재밌는 소설일 것 같기도 하다.
나와 그 외 한 명...
출판을 해볼까 해봤더니 이것도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대략 오타를 수정하는 비용인 30만 원 정도.
학력고사 국어 시험은 75점 만점에 72점을 받았는데
띄어쓰기와 맞춤법 이 학력고사 문제에 나오지 않아서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표지와 편집 비용.. 이것도 비용이 상당했다.
응모 전에 내 볼까 생각해 봤는데
내 수준이 그럴 수준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소셜 친구 분들은 내 소설을 궁금해하지 않을까?
책 출판을 펀딩 하는 업체를 지인이 이야기해 주었다.
텀블러라는 사이트였다.
펀딩을 하고 기다리면 책을 보내 주는 서비스였고
목표 금액에 도달하지 않으면 결제가 되지 않는 서비스였다.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이 것도 너무 복잡했다.
출판하는데 대략 300만 원 정도가 드는 것 같다.
책 값이 15,000원 정도면 200명이 신청해야 가능했다.
응모할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읽은 사람이 있을까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답하지 못하겠다.
소설이 인기가 있나? 아니 내 소설이 인기가 있나? 뭐 인기가 있기 어려울 것 같다.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글을 오랫동안 쓰기는 했지만 소설은 전혀 다른 장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미련이 남는다.
출판을 해볼까 해보자 아니 하자 이런 생각이 끝임 없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 보고 싶다.
출판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