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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티잔 May 31. 2024

3편 빈터, 우리들의 봄날 [소설]

지숙과 나경 그리고 수현....

수현은 2학년이 되었다.

신입생들이 들어왔다.

수현이 다니는 경제학과는 여학생이 많은 과는 아니었다.

한 학년에 50명인데 그중 10명 정도가 여학생이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만난 후배 중에 운동권이 될 만한 신입생들을 골라봤다.

몇 명과 이야기를 해봤지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세상이 바뀌었다.

관심이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수현은 혼란스러웠다. 대학생이 되면 당연히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수현은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이 수현처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후배들과 이야기하면서 수현은 다시 한번 깨 달았다. 

“나는 왜 모든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서 있는 위치가 다르면 다르게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살아온 세상이 다르면 다르게 보이는 것일까? 

 강진도 서클 신입회원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강진은 선배들에게 절대 후배들에게 학생운동을 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편안한 선배 친절한 선배로 보여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점심을 사주면서 호감을 쌓았다. 그렇게 후배들과 친해지면 서클에 데려갔다. 선배들과 함께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셨다.

강진의 후배들은 자연스럽게 문학서클에 가입했다.


수현은 신입회원들에게 왜 학생운동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했지만

귀담아듣는 후배들은 거의 없었다.

변혁이나 혁명 부조리 독재 이런 단어들은 낯설어했다.


유일하게 수현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후배는 지숙이었다.

지숙은 여수에서 올라온 후배였다.


“선배 어디 가요?”


길을 걷는데 갑자기 지숙이 나를 붙잡더니 물었다.

점심시간인데...


어디를 가겠냐? 식당에 가야지.

우리 오늘 특별한 음식을 먹어봐요?

우리 오늘 특별한...

그런 이야기를 할 만한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신입생 지숙은 평소에 수현과 친분이 있는 후배는 아니었다.


학기 초에 엠티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다들 관심 없어하던 수현의 이야기를 잠시라도 들어준 것은 지숙뿐이었다. 

경제학과를 내려오면 옆에 경영대가 있고 미대가 있었다.  경여대와 미대 사이에 두 줄로 심어진 벚꽃이 활짝 피었다. 수현은 벚꽃 필 때 이 길을 좋아했다. 수현과 지숙은 꽃 길을 걸어 내렸갔다. “그래 어디 가고 싶은데... 그냥 선배는 따라만 오세요. 그래 특별하게 갈 곳도 없으니 함께 가보자.

지숙은 학생식당을 지나 더 멀리 가고 있었다. 수현은 앞에 걸어가는 지현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서클에 들어오려 나... 그냥 학생식당이나 가자. 지숙아

멀리 가봐야 별것도 없는데... 수현이 말했다.


선배 제가 뭐라고 그랬어요 어요.

오늘 저랑 특별한 것을 먹어 보자고 했잖아요.

지숙이 다시 말했다. 그래 알았다. 수현은 할 수 없이 대답했다.

학생회관을 지나 조금 더 멀리 가자 교수식당이 보였다,


너 저기 가자고 하는 거야?

네...

저기 뭐 특별한 거이라도 파니? 솔직히 수현은 교수식당엔 가본 적이 없다. 항상 돈이 모자란 수현에게 교수식당이라는 말만 들어도 비쌀 것 같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말이 교수 식당이지 학생식당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에

좀 더 좋은 음식을 파는 학교 식당이라 학생이 가도 되는 식당이다.


거기 가면 뭘 파는데...


가보면 알아요.

그래 알았다 알았어...


교수 식당 앞엔 분홍빛 꽃잔디가 가득 피어 있었다.

4월의 따스한 봄 햇살에 이제 갓 20살이 된 지숙의 볼에 분홍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지숙이가 저렇게 예쁜 아이였나 수현은 지숙을 얼굴은 멀뚱하게 쳐다봤다.


선배... 어... 어...


제 얼굴에 무어라도 묻었어요!

뭐 그렇게 민망하게 보고 있어요?

아. 미안... 잠깐... 딴생각을 좀 하느라고...


”메뉴는 이미 골랐어요. “


어 그래...

뭔 데...

청어요!


청어...

물고기 청어 말이야?

네. 저는 청어 구이를 좋아하거든요. 지숙이 이야기했다.

여기 식당에서 매주 이 날만 청어를 구워 주더라고요.


아... 그래서


근데 왜 나랑...

오늘 여기를 특별하게 온 거야...


선배 기억 안 나요?

무슨 기억...

그때 엠티 때 제가 선배에게 이야기했잖아요.


무슨 이야기?

제가 청구 구이를 좋아한다고요.

그랬었나....

수현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억지로 기억해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했다.


엠티로 갔던 대천 바닷가에서 잠시 함께 걸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 그 아이가 자기는 푸른 바다를 닮은 청어를 좋아한다고 했었다.


그래... 기억난다.


너. 청어를 좋아한다고 했지?

맞아...


근데 바다를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청어를 좋아하는 거야?


선배 그만 묻고 청어를 드시는 것이 어때요?

지숙은 어느새 청어를 먹기 좋게 살만 발라 놓았다.

야...

너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

네가 꼭 내 색시라도 되는 것 같잖아... 수현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깜짝 놀랐다.

”색시가 뭐 예요. 여자친구도 아니고. “

” 아... 미안“

수현은 말을 얼버무렸다.

 ”그냥 제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수현과 지숙은 이제 막 벚꽃이 피기 시작한 캠퍼스를 바라보며 청어를 먹었다. 사실 수현은 청어를 처음 먹어봤다.

먹어본 등 푸른 생선은 고등어가 다였다.

청어 구이의 맛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맛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숙이랑 앉아 청어를 먹는 시간이 좋았다.


선배...

왜...

저 다음에 선배랑 다시 청어 먹으러 와도 되나요?

어... 그래

청어 맛이 좋은데...

지숙과 수현은 청어를 먹고 봄이 내린 교정을 걸었다 벚꽃이 바람에 흔들려 떨어지고 있었다.

꽃잎은 지숙의 머리에도 어깨에도 떨어졌다.


수현은 그녀의 머리에 떨어진 벚꽃 잎을 지숙에게 건넸다. 꽃이 널 좋아하나 보다?


네...

 선배 그런 달달한 말을 자꾸 하시면 제가 좋아하는 수가 있어요. 지숙은 잇몸을 드러내면 환하게 웃었다.

지숙과 수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학생회실로 걸어갔다. 나경은 수현과 지숙이 함께 걸어오는 것을 봤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왜 그러지…. 나경은 수현과 지숙이 걸어오는 보는 순간부터 기분이 이상했다.

떨어지는 벚꽃들을 보며 나경은 생각했다.

둘이 서로 좋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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