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르티잔 May 30. 2024

2편 빈터, 우리들의 봄날 [소설]

대학에 돌아갔을 때 수현은 나경은 만났다. 

나경이 먼저 수현을 찾아왔다.     


"수현아 그동안 잘 지냈어?"     

"너 대학생 되더니 엄청 멋있어졌다."

"너 나 찾으러 우리 과에 왔다면서... 친구들에게 들었어"     

"네... 수현은 짧게 대답했다.     


"어디 갔다 오신 거예요? 선배     

 어... 나... 그냥 잠시 쉬었어."

"몸도 안 좋고 그래서...."

     

나경은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고 방황했다.      

같은 과 운동권 선배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니 다시  

그 선배와 다시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다행히 그 선배는 가을에 졸업했다.      

나경은 그래서 다시 복학했다.     

나경과 수현은 이후에 자주 만났다.     

연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경은 술을 마실 때 수현을 불렀다.     

수현은 나경이 부르면 모든 일을 그만두고 나경을 만나러 갔다.     

우리 무슨 사이죠? 하고 나경에게 수현이 물었을 때     

나경은 친한 사이라고 말했다

.  

수현은 고백하고 싶었지만 지금 관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경은 수현이 좋았지만 두 살이나 어린 수현에게 고백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가을이 왔고 다시 겨울이 왔다.   

  

수현은 겨울 방학 내게 다시 현장에서 일했다. 

더운 여름보다 수월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은 더 힘들었다. 

컴컴한 새벽에 일어나 현장에 나가면 손 발이 꽁꽁 얼었다.    

 

그럴 때면 버려진 페인트 깡통에 나무를 태워 언 발을 녹였다.      

영하 10도가 넘나드는 추운 날이 이어졌다. 

여름보다 더 힘든 것 같았다. 


겨울에 수현은 고층 아파트를 짓는 현장에서 일했다.     

아파트 현장은 나름 체계가 있었다.

수현이 맞은 일은 일명 직영 잡부였다.


여기저기 청소일을 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역할이었다.     

겨울에 시멘트 양성을 하기 위해 탄을 가져와 층층마다 불을 지피는 일도 수현의 담당이었다.

하루 종일 불을 피울 때는 야간이나 철야일도 했다. 그런 날은 기본 일당에 야근 수당에 철야 수당까지 합쳐서 하루 일당이 10만 원이 넘었다. 수현을 야간 일이 있을 때마다 지원했다.


학비도 벌어야하고 생활비도 벌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을 그만두어야 한다.      

그나마 함바집에서 먹는 밥은 맛이 좋았다. 마음껏 먹어도 되었고 함바집 박 씨 아주머니를 수현을 아들 같다면 특별하게 계란프라이를 챙겨 주었다.  

    

” 절은 학생이 고생하는 구만... 울 아들은 지금 군대 같는데...

  이 겨울에 강원도는 여기보다 엄청 춥겠지? “

” 아드님이 강원도에서 있어요. 거긴 여기보다 5-6도는 더 내결 갈 걸요? “

”학생은 군대 안 가나...? “

”저는 졸업하고 갈려고요. 그래. 하루라도 젊었을 때 가야 고생을 덜 하는데...

“그러게요. 세상이 저를 놓아 주지를 않네요.”     

"근데 아주머니 아들은 몇 살이 에요?"

"21살.인데... 아 그럼 저랑 동갑이네요."

"아 그려... "


이런 일이 있어서 그런지 아주머니는 수현을 볼 때마다 아들 생각이 난다고 하셨다.

“학생 일 적당히 해” 직영 일은 적당히 해도 돼... 뭐 반작이 맨날 처다 보는 것도 아니고...

끝내야 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네. 아주머니 고마워요.  

   

수현은 아주머니의 아들이 같은 또래라는 것을 알았을 때 혹시 

같은 학교를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묻지 않았다.     

 

직영이 하는 일은 매일 바뀌었다. 직영으로 일하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거나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같은 현장에서 일해도 철근반이나 조적이나 목수들은 일당이 2-3배는 되었는데 직영일을 하는 사람 일당이 가장 작았다. 아무 기술도 없는 수현 같은 학생들이나 기술 없이 다른 일을 하다가 현장일을 나온 사람들이 불려 오는 일! 


그야말로 현장에서도 가장 낮은 일자리였던 것이다. 

그해 겨울 방학 내내 수현은 하루도 쉬지 못했다.

아파트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현장은 쉬는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2월 중순이 넘어가자 아파트 현장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수현의 길고 긴 노동일도 끝이 났다. 


1편보기 

https://brunch.co.kr/@425fe768deed4ee/2


다음 편에서-





작가의 이전글 1편 빈터... 우리들의 봄날 [소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