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 밤 정원에 나가 불당나무를 한 참 동안 바라보곤 한다.
불두화가 피면 초파일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보통 수국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불두화는 수국과는 거리가 멀다.
수국과 불두화는 학명도 다르다.
수국은 일본이 원산이고 불두화는 백당나무라인데 우리나라에도 자생하는 나무다.
오래전에 일본에 잠시 살았는데 수국 정원에 가본 적이 있다.
색색의 수국의 향연을 보고 있었더니 감동이 밀려오기는 했다.
그래서 우리 집 정원에도 여러 가지 수국이 많이 심어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불두화가 수국에 못 미치거나 하지는 않는다.
불두화도 수국만큼 충분히 예쁘다.
수국만큼 다양한 색상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수국
내가 처음 수국이라고 생각했던 나무는 김제 금산사에 심어져 있던 불두화였다.
고향이 김제라서 가까운 금산사에 소풍을 간 것 같은데
그때 본 나무가 바로 불두화였다.
부처님 머리를 닮아서 불두화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인도의 아잔타 석굴 사원에 가본 적이 있는데 거기 그려진 부처님이 머리 스타일도
지금과 같았다.
아마 그때 일반적인 헤어 스타일일지도.... ㅎ
불두화는 무성식물이다. 즉 씨가 없다.
하지만 부처님은 자식이 있다.
부처님의 자식은 라훌라다.
그는 석가모니의 친자식이자 제자 가운데 한 명이다.
석가모니의 아내인 야쇼다라가 석가모니 출가 전에 임신한 아이이며,
석가모니가 출가 이전 태어났다고 여긴다.
씨가 없는 불두화는 휘묻이나 꺾꽂이로 번식한다.
그런데 아주 쉽고 잘된다.
그래서 씨가 없어도 옮겨심기가 쉽다.
아주 오래전 백당나무 중에 변종 하나가 생겼났을 것이고 그 나무를 번식하고 번식하고 번식한 것이
지금 불두화다. 그러니까 내 생각이지만 단 하나의 시목에서 지금 심어진 모든 불두화의 어머니일지도 모른다.
결국 불두화는 모두 형제다.
부처님의 불법이 온 지구에 퍼진 것 과 비슷하다.
인도의 한 구도자의 깨달음이 온 지구에 퍼진 것과 같다.
방랑 수행자 잠부카다까가 사리뿟따 존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사리뿟따여, ‘열반, 열반’하는데 열반이란 무엇입니까?”
열반이란 욕망(ra-ga:라가)을 소멸하고, 성냄(dosa:도사)을 소멸하고,
어리석음(moha:모하)을 소멸한 경지입니다.”
“그러면 열반에 이르는 길이 있습니까?”
“벗이여, 열반에 이르는 길이 있습니다."
“그러면 열반에 이르는 길은 무엇입니까?”
“성스러운 여덟 가지 길(팔정도)이 열반에 이르는 길입니다.
즉 바른 견해, 바른 생각, 바른말, 바른 행동, 바른생활수단, 바른 정진, 바른 마음 챙김, 바른 집중입니다.”
고등학교 도덕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팔정도를 외우려고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대입시험에 나오지는 않았다.
팔정도를 외우면서 이렇게 살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어떻게 사나... 힘들겠지..
요즘 매일 밤 정원에 나가 불당나무를 한 참 동안 바라보곤 한다.
다른 것은 못해도 하루 종일 내 마음이라도 챙겨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고 나니 하나는 확실히 줄어든 것 같다.
화내는 일이 줄었다. 욕심도 줄었고... 별 욕심도 없기는 했지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