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동물을 자꾸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엄마에게 혼이 나고 쫓겨나기를 여러 차례..
내 뒤를 따라오던 길고양이가 안쓰러워 집 앞에서 그 고양이를 끌어안고 들어가면 혼날 텐데.. 하면서 밤늦도록 쪼그리고 앉아 울던 기억도..
물론 우리 집에서 그 친구를 책임질 수는 없었고 다시 길로 돌려보내야 하기도 했다.
현재도 반려인으로 강아지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른 이야기로 불평을 좀 하고자 한다. 반려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지만 아직도 반려인들의 일부는 다른 이를 위한, 그리고 내 강아지를 위한 인식에는 문제가 많은 듯하다.
그중 꼭 꼬집고 싶은 것은 목줄 착용이다.
넓은 공간을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싶은 마음이야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사방이 막힌 공간이 아니고서는 절대적으로 목줄이나 하네스 착용을 해야 한다.
'내 강아지는 순하고 착해서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않아요.'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일들이 정말 많다.
며칠 전 중학생 딸이 하교 후 집으로 들어오면서 씩씩거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는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서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강아지가 왕왕 짖으며 튀어나와 자기에게 달려들어서 너무 무서웠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도 이미 두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고 반려견 교육도 잘 시킬 만큼 교감도 할 줄 알고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아이가 아닌데도 순간적으로 놀라니 겁먹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찌했냐 물었더니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고 했다. 그 강아지의 보호자는 그냥 강아지 이름을 부르며 지나갔고 그 강아지도 곧 보호자를 따라갔다고 했다.
나도 반려인이지만 목줄착용을 하지 않는 반려인을 이해할 수 없다. 타인에 대한 공격성만이 문제가 아니라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보기에 어떻겠는가. 누구나 다 내 예쁜 반려동물을 나와 똑같이 예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게다가 아파트 단지 내 지상주차장이며 주변 도로도 있는데 강아지가 아무 사고 없이 다닐 수 있는지 어떻게 보장할 수 있나.
강아지는 그저 천진난만한 동물이 아니다. 낯을 가릴 줄도 알고 경계할 줄도 아는 동물이다. 갑자기 나는 큰 소리에 놀라거나 고양이나 비둘기를 보고 어디로든 튀어나갈 수 있다.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예뻐해 달라고 다가갔다가 욕을 먹을 수도 있다. 타인의 안전뿐 아니라 내 강아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목줄은 꼭 착용해야 한다.
목줄 길이만큼의 반경이 아닌 넓은 곳을 마음껏 다니게 하고 싶다면 반려견운동장을 이용해야 한다.
오늘도 오전에 산책을 나가면서 목줄을 하지 않은 채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보호자는 아파트 입구에 앉아있고 강아지는 혼자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냄새 맡고 배변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도 강아지를 데리고 있으니 근처를 지나는데 그 강아지는 역시나 내 강아지들에게 다가왔다.
나는 산책 시 다른 강아지들과 인사를 시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두 아이 중 하나는 노견이기도 하고, 둘이 함께라서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내 강아지들도 다른 강아지들에게 친절한 편이 아닌 데다 상대 강아지의 성향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목줄을 착용한 강아지가 주변에 있는 경우 내가 우리 아이들을 끌고 피해 가면 그만인데 꼭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강아지를 만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거리가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그 강아지는 역시나 다가와서 짖기 시작했고 우리 아이들은 흥분했다. 그 보호자는 아이의 이름만 부를 뿐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 저 강아지가 우리 아이들을 물기라도 하면? 내 강아지들이 놀라는 바람에 둘이 합심해 저 강아지를 다치게라도 하면? 손에 쥔 줄을 강하게 잡아끌어 두 아이를 들어 올려 안고 말했다.
"웬만하면 목줄 좀 채우고 다니세요.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요."
"아.. 네.."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나는 안다. 저 사람은 또 목줄을 착용시키지 않은 채 강아지를 데리고 나올 거라는 걸.. 그 사람과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목줄착용을 하지 않아서 집을 잃는 강아지들.. 사고를 당하는 강아지들.. 다른 동물에게 공격당해 다치는 경우까지 정말 많은 변수가 있고 실제 이런 경우를 많이도 봐왔다.
강아지도 목줄 없이 다니는 걸 자유라고 느끼지 않을 것 같다. 보호자와 나를 연결하는 장치가 없으니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안전장치 없이 얼마나 많이 안전한 산책을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번 한 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생명줄이라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