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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개 Feb 21. 2022

직장인의 개인 프로젝트 작업기(1)

작업기입니다. 근데 제법 흥미로운 

인터뷰 준비

내가 한 인터뷰 준비는, 막상 친구를 대면했을 때 당장 무슨 말을 할지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따로 또 체크할 것들이 있었다. 이전에 기록해두었던 책, 아이데이션 등을 살피며 항목을 뽑아냈고, 그렇게 정리한 텍스트는 다음과 같다. 


* 나는 그에게 무엇이 궁금한가? 왜 그에게 인터뷰를 청했나? 

* 첫 인터뷰의 우려점과 오히려좋아 포인트(?)

* 첫 직장-행사에 대한 배경지식 메모 

: 중심 이야기가 될 것이므로 적어도 언제 어디서 열렸고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 인터뷰이 역대직장 타임라인

: 이야기를 나눌때 그는 알고 내가 모르는 것을 맞추느라 쓸데없는 시간이 걸릴 듯 하여, 보내준 연혁을 깨끗종이에 따로 적어갔다. 


늦은 오후에 만나기로 했다. 인터뷰 준비는 미루고 미루다 인터뷰 당일에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뭐든 미리 해두면 좋지만 시간차가 적을수록 효과적인 작업도 있다는 걸 알았다. 



녹본 풀기 시작

따봉 클로바야 고마워!



지난 토요일, 첫 번째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 시간 정도 (우우...) 이야기를 나눴고 지금은 눈물의 녹본풀이 중이다. 엠케이가 추천해준 네이버 클로바노트를 엄청나게 유용하게 쓰고 있다. 브류보다 훨씬 낫다. 오늘 회사에서 자막 씌울 일 있는데 이걸로 따야지.


전체 내용을 훑어보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항목을 나누고, 그 항목을 다시 살피면서 글에는 어떻게 구성해넣을지 고려할 예정이다. 멋쟁이 클로바가 백퍼센트 완벽한 건 아니라 부분부분 오타도 수정할 겸. 참여자도 구분해주고 이야기 토막마다 다시 들을 수도 있어서 엄청나게 유익하다. 전체 녹음본을 워드파일로 옮기는 걸 생각했는데 그럴 필요 없이 항목만 따로 빼오면 될 듯하다.


다시 보니 재밌음

근데 그게 3시간이 넘을 뿐


친구와 한 인터뷰는 녹음을 총 두 번 했는데 첫 번째 건 68분이었고 두 번째 건 86분이었다. 클로바노트가 워낙 열일해서 받아쓰기를 한다는 느낌은 없지만. 어쨌든 다시 들어는 봐야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 구성도 적고. 그걸 왔다갔다 하면서 어떻게 글로 적을지 생각해보려 한다. 


근데 녹본 다시 보니까 너무 웃기다. 친구는 '이런 거’(각잡고 하는 인터뷰를 뜻한다) 에 인터뷰이로서도, 인터뷰어로서도 많이 참여해본 사람이라 굉장히 수려하게 말을 하는데. 나는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사이사이 엄청나게 질문을 해댄다. 이해도 잘 못한다. 그리고 그런 나를 친구는 끊임없이 이해시켜 주고 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느껴지는게, 친구와 나는 굉장히… 다르다. 

내가 매섭게 느껴지는가? 실제로 들어보면 좀 더 다정한 톤이다. 녹음본을 그대로 따다 보니 별 내용이 다 들어간다.  

뭘 자꾸 뜯는거야.

이런 얘기도 했다. 


눈치로 살아온 구십년

세 시간 중에 지금 막 31분까지 왔다. 왜 한 시간은 육십분인걸까? 투덜대고 있지만 사실 좀 재밌다. 일단 여기까지 하고 언젠가 다시 해야지. 클로바노트는 저장 버튼이 없어서 사람을 참 불안하게 한다. 


아뇨? 없어요. 그냥 없어요.

2차 녹음본을 듣는 중


친구는 15년도에 축제 A에 대외활동으로 참여하고, 16년도에 축제 B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일했으며, 17년도에 축제 A에서 다시 일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첫 직장은 축제 B인 것이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16년도에서 뭘 얻고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촉촉한 마무리를 위해 물었는데 답변이 영 미적지근했다. 얻은 게 없다면 잃은 건 어때? 나름 득점을 노리고 던진 변화구에도 그는 심드렁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정말 웃긴데… 나만 웃긴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그는 당시의 경험에서 정말 배운 것이 없어 보였다. 얻은 건 병 뿐이고 모든 경험은 필요하다지만 그건 쓰레기장에 내버리고 싶다는 식이었다. 난 정답을 정해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경우는 또 생각하지 못해 당황했다. 그래도 그의 완강하면서 텅빈 눈동자에서 아, 이건 정말 없는 거다. 생각했고 이런 경우도 있다는 예시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이 친구는 '이런 거(인터뷰를 의미한다)'를 많이 해본 사람 아닌가? 그래서 억지로라도 짜내기 위해 두뇌를 풀가동시키기 시작하는 거다. ‘내가 16년도에 축제 B를 통해 배우거나 얻은 것... ‘ 백 번 정도 되뇌이더니 드디어 생각이 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든 예시는… 하단 이미지와 같다. 


그렇다. 정말 없었던 것이다. 


노력하지마...

얼마나 배운 게 없었으면. 나름 다각도로 질문도 했는데 이 정도라면 정말 없는 거다. 나는 깔끔하게 접고 다음 질문...으로 들어가긴 했는데. 그래도 나름의 (조작되지 않은) 멋진 답에 이를 수 있었다. 뭐였냐면... 나중에 나올 본문에서 확인하세요. 


**

다음 편도 작업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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