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프리랜서 공연기획자 M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인터뷰도 일단 시작을 해봐야 했다. 원래 계획은 엄마 큰딸과 널브러져 텍스트삼아 첫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와 일정을 맞추다간 내년까지도 시작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다른 인터뷰이를 구했다. 독서모임에서 만나서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씩 기타레슨을 해주는 친구 엠케이. 그는 프리랜서 축제기획자다.
사실 첫 인터뷰이 만큼은 ‘보통의 직장인’으로 두려했다. 내가 생각한 ‘보통의 직장인’이란,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 네모진 건물에서 여덟시간 이상 일하는 그런. 주변에 가장 흔한 그러한 생활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프리랜서인 엠케이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 인터뷰를 부탁했는데, 프로젝트와 별개로 그의 일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도 있고, 나의 친구들 중 거의 유일하게 '이런 것'에 능한 친구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것’은 대면 인터뷰를 뜻한다) 그래서 내가 앞에서 버벅대면, 같이 흔들리는 대신 정신차리라고 얘기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친구는 인터뷰 요청을 바로 수락해줬다. 멋지고 엄청난 친구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있으면서도 나는 고민이 많았다.
친구는 맨날, 우린 어차피 다 죽을거야~라는 말을 달고 산다. 그 친구의 비관은 아주 독특한데 얘기를 나눠보면 또 다 맞는 말이다. 그런 그가 텍스트로 보내준 경력은 실로 화려했다. 아직 첫 직장에 다니고 있는 나로서는 그 ‘여러 줄’ 이란 게 아주 멋져 보였고, 생각보다 삶을 아주 더 열심히 가꿔온 사람처럼 보여 의외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서모임은 사실 독서보단 노가리 까는 것에 가까웠고, 거기서 만난 엠케이는 콜미바이유어네임을 좋아하는 와컁컁 친구였기 때문이다.
물론 일 얘기도 종종 했다. 친구들끼리의 이야기가 그렇듯 다 죽이고 나도 죽겠어, 류의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내가 보는 그는, 친구가 많고 경력도 많고 내가 봤을 때 일도 잘하는 것 같다(실제와 다를 수 있음). 나는 ‘첫 직장생활은 원래 다 힘들까?’ 라는, 확인사살이 아닌 호기심으로 그에게 인터뷰를 청한 것이다. 정해둔 답변은 없다는 얘기다. 그래도, 그럼에도, 당신의 첫 직장생활 어땠나요, 라고 물었을 때. 아아, 정말 천국이었으며 입사와 동시에 에이스가 되어 업계를 주름잡으며 지금까지 왔다고 하면 어쩌나. 첫 직장생활이라고 뭐가 다르겠어요. 타고난 눈치가 있다면 중간은 가겠죠, 와하하. 라고 말하며 날 멸시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쩌지. 같은 걱정이 생겨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의 인터뷰 프로젝트가 망하는 건 아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아하, 결론! 모두가 힘든 건 아니군요. 이런 케이스도 있답니다, 인터뷰 끝! 이라고 마무리하면 되는 것이었다. 왜 그런 걱정이 들었을까. 아마 처음으로 그 위로를 들었을 때 안심했던 이유와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은, 원래는 첫 직장이라고 별 게 아니며 원래 아무렇지 않은 게 당연한 것인 걸까봐. 첫 인터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별 걱정을 다하고 있었고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그 점은 이해를 좀 해줬음 싶다.
엠케이에게, 이 경력 중 당신이 첫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물었다. 서너번째에 적힌 2016년의 한 영화제라고 했다. 인터뷰 전이라 꼬치꼬치 물어보진 않았지만 넌지시 어땠는지 물었는데, 그는 뭐라뭐라 하다가 유튜브 주소를 하나 보냈다. 이게 그 축제한테 썼던 영상편지야. 누구한테 뭘 썼다고? 해괴했지만 일단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당장은 일정이 있어서 이따 인터뷰할 때 같이 보자는 말도 덧붙였다. 어쩐지 만만치 않은 시간이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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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부터는 작업기로 찾아옵니다
과연 이걸 모아서 발행까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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