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무엇을 어떻게 기록했나요 (2)

신년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12월 드림

by 승개

2편을 쓰는데 참 오래도 걸렸다. 지난 1편에서 나는 2021년, 올해 기록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일상 기록을 더 다채롭게!

2. 일상과 업무를 구분하되 최대한 단권화

3. 업무 기록의 아카이빙


이번 글에서는, 위의 특징을 바탕으로 실제 기록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어떤 노트를 사용했는지, 무엇을 적었는지, 왜 그렇게 하기로 했는지. 그리고 연말결산의 정취를 따라 각 진행에 대한 평가도 간단하게 남겼다. 각종 셋업을 시작하기 딱 좋은 이 시기,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2021년 나의 기록소재

※본 기록에서는 내가 임의로 붙인 워딩을 그대로 사용하고자 한다. 고유명사처럼 생각해주면 감사하겠다. 소재란 단어 또한 광고 태울때나 쓰는 단어인데 나는 노트, 다이어리 뿐 아니라 캘린더와 메모지까지 포함한 모든 영역을 지칭하고 싶어 언젠가부터 이렇게 부른다. 소재파악 할 때의 소재로 받아들여주시면 읽을 때 편하시겠다. (합장 이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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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록소재는 일상업무(회사), 그리고 한 일을 적는 것(diary,일지)할 일을 적는 것(To do, 계획)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분류를 토대로 기록 소재가 나누어진다. 단권화가 그렇게 좋다면서 왜? 라고 하면 할말이 없, 지는 않다. 나에게 있어 저 분류는, 섞이면 불편할 만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래서 나름의 조정을 거치며 나만의 원칙이나 구성을 만들 이유가 되었다. 그동안 나의 기록 경험을 비추어 볼 때, 기본적으로 일상에선 일기를 적고 회사에서는 투두리스트를 적어왔다. 그래서 이 둘을 같이 쓰며 불편함을 느낄 바에야 그냥 단권화를 포기해버린 것이다. *지금은 휴대성을 뜻하는 핸디-안핸디(왜요 제가 만든 말인데) 분류도 추가되었다.




1. 기본 다이어리 (오첵)

일상, diary, 안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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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가장 기본이 되는, 소위 '일기장' 이라고 할 수 있는 소재이다. 기본이라고 하는 이유는 (회사 업무가 아닌) 모든 일상 기록의 종착지는 여기가 되기 때문이다. 집에만 놓고 다니며 일기와 함께 책이나 영상 같은 인풋 콘텐츠, 공연티켓 등 일상에 대한 거의 모든 기록을 여기에 남긴다. 나중에 봤을 때 당시를 최대한 생생하게 느끼는 것, 그리고 다른 노트를 확인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록한다.


소재 가장 기본 형식의 다이어리를 쓴다. 먼슬리와 위클리, 프리노트 모두를 알차게 쓰며 고르는 기준은 2022년 다이어리 이야기를 할 때 정리해 볼 예정. 1년 내내 단권으로 쓴다.



2. 업무일지 (브랜드 무관)

업무, todo, 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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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아침에 적어둔 투두 리스트와 체크, 각 항목에 대한 진행상황 및 결과. 그 뿐 아니라 일하면서 생기는 자잘한 메모와 확인할 사항을 따로 정리한 포스트잇, 사내 이벤트에서 마니또를 뽑고 난 종이(?!)까지. 이 업무일지는 회사생활의 raw data를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확보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현재 6권 째를 쓰고있다.


소재 A7 사이즈 노트를 주로 쓰며 한 권 당 보통 4-5개월 사용한다. 하루에 딱 2pages(양면) 씩 정해진 분량을 사용하며 불렛저널 형식을 빌려쓴다. 이 구성도 나름 고안해낸건데 언젠가 한 번 정리해 볼 예정이다.


3. 업무다이어리 (알라딘 증정용)

업무, diary, 안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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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2번의 업무일지는 todo라고는 썼지만 로우데이터인 만큼 취소된 업무, 실행되지 못한 기획, 나의 피땀눈물 등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진행한 업무만을 한 눈에 파악하고 싶어 해당 다이어리를 마련했다. 사실 필요가 우선은 아니었고 선물로 받은 다이어리가 참으로 좋은데 필요는 없고, 당장 쓸 만한 용도를 찾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고민 물론 먼슬리에서 인덱싱으로 기록한 건 참으로 좋은 선택이었지만 위클리는 그 용도가 정말 애매했다. 나는 위클리도 diary(=archive)의 영역에서 기록해두면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절대 아니었고, 1편에서 말했던 대로 그냥 깜지쓰는 초등학교 4학년 수학학원 기린반 친구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에 주간 todo를 적기는 싫었다. 미래의 내가 너무나 불편할 것 같았다... 정말이다 난 가끔 미래를 본다...(아니다) 나무와 알라딘에게 미안하지만, 해당 소재는 아름다운 실패담으로 일찍 마감치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업무 아카이빙을 영원히 내버릴 수도 없지 않은가? 이건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세상은 넓고 소재는 많았던 것이다.


3-1. 업무다이어리

(아르디움 위라이크 먼슬리플래너)

업무, diary, 안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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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어차피 로우 데이터를 갈무리해서 적는거라면 기재에 있어 시행착오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페이지 수가 많아봤자 번거로울 뿐이었고, 위클리가 아닌 먼슬리만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원하는 형태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11월에 구매해서 일 년치를 정리했고, 년도 별로 권을 구분하지 않고 여분 장에 12월과 내년 기록도 이어갈 예정이다. 그 때는 한 달에 한 번씩 사용하게 될 듯.


소재 하단에 위치한 간트차트가 날 미소짓게 한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고(3500)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 가뿐한 인생을 사는 미니멀리스트 혹은 곤도마리에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째진다.




업무 기록 소재에 대한 고민은 위클리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사실, 원래 투두리스트는 안 하고 뻗댕기면 목이 날아가는 회사에서나 썼지 일상에서는 그 동안 크게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약속 같은 것만 네이버 캘린더에 기록하는 정도로 관리하고 다른 건 따로 쓰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업무를 제외한 모든 일은 지구 끝까지 미루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누구랑 만나는 시간 약속이 아닌 이상 내가 나와 한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뭔가를 계획했다는 건 목표로 한 뭔가가 있다는 뜻이고 그렇게 되면 나는 과거의 내가 세운 목표를 하나하나 착실하게 파괴해온 것이다. 이렇게 살면 죽도 밥도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4. 위클리 다이어리

(아날로그키퍼 핸디다이어리)

일상, todo, 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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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결론부터 말하자만 핸디다이어리는 올해 최고의 소비였다! 업무에 있어 먼슬리는 진행한 것을 정리(=아카이브),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리(인덱싱)에 유용하고, 데일리는 todo 체크에 유용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 위클리는? 내가 느낀 바로는, 목표설정과 진행 과정 핸들링을 위해 주간 계획은 필수이다. 뭐든지 한 눈에 보는 걸 선호하는데 그렇다고 일주일 내내 할 일을 빼곡하게 정해두진 않는다. 업무의 경우 매일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쳐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 일주일을 세트로, 프로젝트마다 특정 목표치를 세우면 갈팡질팡할 일이 줄어든다.


소재 처음 핸디다이어리를 구매했을 땐 업무-일상으로 구분하여 일주일에 두 장씩 썼다. 지금은 일상 영역에서 계획할 일이 많아지기도 했고, 기존 데일리 투두만 기록했던 업무일지에 위클리까지 계획하는 방법을 찾아서 그렇게 사용하고 있다. 사이즈는 굉장히 작은데 회사도 아니고 일상에서 매일 갖고 다니려면 이 정도 사이즈가 제일 좋다. 물건을 애지중지하지만 결코 아껴쓰는 타입은 아니라 점점 걸레짝이 되어가고 있지만 오히려 좋다. 다 써갈때쯤 완전히 헤져서 뜯어진 걸 보는 게 나의 어두운 바람이다. 제법 뿌듯할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만듬새가 워낙 좋아서 걸레짝이 될지언정 어디 하나가 뜯어질 것 같지는 않다.




4번까지 와 놓고 할 말은 아니지만, 난 한 번에 여러 노트를 각각 다른 목적으로 쓰는 걸 정말 선호하지 않는다. 다양한 형태에 기록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물건 하나를 다 써버릴 때의 희열이 나에겐 더 크게 다가온다. 그러나 핸디한 소재인 아날로그키퍼, 업무일지는 기록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 나는 생각도 많고 뭔가 정리할 때 손으로 쓰며 펼쳐놓는 타입이라 별도의 소재가 하나 더 필요하다.



5. 드래프트노트 (브랜드 무관) - 기준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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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고 소중한 나의 지난 드래프트 노트들.

기록 언젠가, 아마 불렛저널의 맛을 알아버렸는데 일기는 보통의 다이어리에 적는 걸로 타협했을 때부터 막 쓰는 노트를 '하나' 챙겨다니고 있다. 모든 기획이나 그림의 초안을 적는 역할이 커서 나름 '드래프트노트'라는 네이밍도 달았다. 적는 내용은 무궁무진하다. 회사에서 회의록도 쓰고, 카드뉴스 가안도 그리고, 보고서 구성도 잡는다. 가족여행 계획을 짤 때도 있고, 필사를 할 때도 있고 그냥 펜 테스트를 해보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건 이 드래프트노트는 딱 한 권씩만 사용해야한다는 점이다. 그림용, 일상 계획용, 소비기록 용으로 나누다보면 집에 물건만 많아지고 난 유사 곤도마리에 협회에서 퇴출되고 말 것이다. 물론 그렇게 차근차근 잘 쓰는 즐거움도 존재하겠지만, 나에겐 지금처럼 한 곳에 때려박고 하나씩 갈아치우는 방식이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소재 드래프트노트는 내지가 모눈일 때 가장 효율적이었다. (사실 모눈노트를 쓰면서부터 줄글 노트는 쓰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다) 글만 적는 게 아니라 그림도 그리고 도표도 그리기 때문에 해당 형식이 안성맞춤이다. 짤막한 유학 생활 동안 바리바리 사왔던 몰스킨 노트와 선물받았던 두 권의 웍스노트까지 갈아치우며 끝장나는 드래프트노트를 찾고자 했다. 나름 좋은 모델을 찾았고 지금 쓰는 노트는 30페이지가 남았는데 고민이 생겨서 아직 추가 구매를 미루고 있다. 인간은 고민의 존재하지만 이럴 땐 좀 덜 존재해도 될 듯 하다.


고민 드래프트노트로는 보통 A5 사이즈를 이용한다. 페이지를 펼치면 당연히 왼쪽부터 시작하지만 워낙 경계없이 사용하다보니 양쪽을 동시에 쓸 때가 많고, 그럴 때 A5 노트가 위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렇게 툭하면 써제끼는 버릇은 들여놨는데, 이게 쓰다보니, 휴대용으로는 영 아닌거다. 평소 노트나 책 한 권 쯤은 거뜬히 들어가는 가방을 가지고 다니지만 내가 그 정도로 일관성이 있는 인간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어서 나름의 해결책을 찾는 중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KakaoTalk_20211215_012018122.jpg 앞선 표에 방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한다면.

이렇게 2021년 기록소재에 대한 정리가 끝났다. 아직 12월 중순이지만 이 정도면 사사오입의 원칙에 따라 2022년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하하하. 2021년은 평소 기록습관을 이어가는 동시에 다양한 시도를 하며 나의 습관과 특성을 알아가는 해였다. 단순히 호불호를 아는 것을 넘어 나에게 맞는 시스템을 고안하고 적용방안까지 생각하는 건 앞으로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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