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그림의 떡?

ㅣ어느 날 불쑥 찾아왔다.

by 이하루

지금 생각해 보면,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그래도 순탄하고 행복하게 보낸 세월인 것 같아도 가끔은 지옥처럼 느껴졌던 때가 있었다. 특히 50대에 들어서며 그 정도는 심해졌고, 그게 갱년기의 시작임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거나,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들로 인해 몸과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져 있는 이 시대의 많은 부모들에게 행복은 그림의 떡?


사람이 살면서 어느 만큼 가지고 누려야 만족할 까. 예전에 아이와 함께 입시 상담을 오는 학부모들을 보면 천차만별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유학을 보낼까 국내 대학을 보낼까를 고민하는 사람부터, 비싼 학원비로 사교육도 버거운데 특목고는 감히 생각도 못 하는 학부모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냥.. 모두가 걱정덩어리를 안고 살며 자신의 삶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중에 가끔 나의 직업을 몹시 부러워하는 학부모들이 있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고,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 이런 직종의 엄마를 둔 아이는 정말 좋겠다고 한다. '부모'와 '사람인 나' 사이에서 내가 견디어야 하는 힘겨운 줄다리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도 힘들었을 텐데 말이다.


그 당시 나는 행복한지 불행한지 알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항상 그 중간 즈음에서 살고 있지 않았을까.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사소한 것 하나에 감사하는 하루가 있나 하면, 배불러 죽겠다는 말처럼 딱히 뭐 힘들거나 걱정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별것 아닌 일에도 화가 치밀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것처럼 이유 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때도 있었다.


예전 TV의 모 프로에서 드라마 하나로 한방에 뜬 청춘 4명이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 눈물지으며 수없이 외치던 한 마디가 있다. ‘감사하다!’라는 말.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기대할 수조차 없는 인생의 큰 선물을 받는 것은 누구나가 꿈꾸는 ‘기적’ 일 것이다. 언제쯤에나 나에게 그런 기적이 일어날까. 그래서 한 번씩 사게 되는 복권으로 ‘행복’을 꿈꿨다.


일상의 불만족과 단조로움, 지금의 ‘없음’이 내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는 공포도 일상의 행복을 빼앗지만, 그것보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그러나, 삶의 정점에서 행복해 보이는 듯한 사람도 삶의 끈을 놓아버리는 것을 보면 행복은 ‘원하는 모든 것’을 갖는다고 해결될 감정은 아닌 거 같다.


그래서, 일상이 지치고 힘들 때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최고의 치유법은, ‘지금의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꿈이다.’라고 끝없이 세뇌하는 것이었다.


50대 초중반의 갱년기는 엄마와 아내 사이 어딘가에 있을 나 자신을 찾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누군가에게는 꿈이 되는 나의 삶'을 되뇌며 견디어내던 때로 기억된다.


그런 세월을 보내고,

은퇴 후 선택한 전원생활에서 '누군가에게 꿈인 일상'을 살고 있는 나는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그냥 행복하다. 무조건 행복하다. 지금까지의 삶에서 언제가 제일 행복했냐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지금!'


잘 견디어 내다보면 반드시 그런 때가 온다.


나 같이 형편없는 사람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행복이라는 떡을 먹고 있으니 믿을 만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욕심 아닌 것 같은 욕심도 내려놓고 세상의 기대도 내려놓고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만으로도 행복하다 싶을 때, 그렇게 힘들게 붙잡으려던 행복이 '보통사람의 특별한 일상'으로 어느 날 불쑥 내게 찾아왔다.


어쩌면, 인간에게 행복이란 삶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소박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게 아닐까.. 아니면, 이미 내게 와 있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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