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여서 에필로그 라고 불러봅니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쓴지, 어느덧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정확하게 일주일의 간격을 두고 글을 꼬박꼬박 쓰는 4번의 글. 그리고 이후로도 짬짬히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썼다. 사실 글을 계속 쓴 이유는 하고 싶은 말이 말줄임표처럼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마땅히 글을 어떻게 닫아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이기도 했다. 글을 시작할 때는 하지 못한 말이 많은 상태였기 때문에 의지가 충만했지만, 충분한 분량으로 그 말을 쏟아 놓은 다음에는 마땅히 글을 마무리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상태가 되어,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이래서 용두사미라는 말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한편으로 글을 닫으며 5년 이상을 꼬박 운영해오던 사내 웹진을 자의반 타의반 마무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특별히 인정받는 일이 아닌데다가 매월 빈칸 채워넣기하듯 돌려막기하는 기사들에 나 스스로 지겨워질무렵이긴 했다. 하지만 막상 매월 지켜오던 첫째주 발간이라는 목표와 마감을 놓고 보니, 마음 한 켠이 허전해졌다. 그때와 비견한다면, 어떻게 이 글을 마무리해줘야 할까. 라는 마음은 사실 어떻게 마무리해야 (일을 그만 둔) 내 마음이 덜 허전할까 라는 말로 바꾸는 것이 더 정확한 듯 하다.
글을 닫겠다는 마음은 얼마전 오랜만에 만난 회사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출발했다. 내가 팀을 나간 이후, 홍보팀에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매일 신문 사회면의 사건사고처럼 갱신되었다. 제아무리 기자들을 만나 토할때까지 술을 마실 수도 있고(?), 쓰러져서라도 다음날 조간 신문 스크랩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기량을 보유한 팀원들이었지만 세상의 모진 풍파 맞는 홍보팀보다는 그저 보고서 쓰고 할일 열심히 하는 회사원으로 살고 싶었기에.. 퇴사와 이직과 이동 등으로 팀에 빈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아직 남아있는 한 명의 후배에게는 그 건투를 빈다. 어쨌든 내가 봐도 출중한 팀원들과 실로 오랜만에 광화문에서 와인과 맥주를 홀짝이며 마셨다.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얘기할 새도 없이, 신입사원 시기부터 수많은 일들을 경험한 막내, 당당히 의견을 밝히며 열일하셨던 팀장님, 어느새 아기 엄마가 되어 종종거리며 일하는 후배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함께 겪었던 모진 사건사고(!)도 있었고(정말 지면이 모자라서 이만 줄입니다 수준이다..), 차마 업데이트 되지 못한 여러 사연들도 있었다. 눈물 날 정도의 사고가 많았지만, 여러 사람의 프라이버시와 직장 생활, 어쩌면 특정인의 명예 훼손(^^) 이 걸릴 수 있는 일들이기에 쓰지는 않겠다.
오랜만에 광화문으로 나가면서 가장 큰 걱정은 무엇보다 '나 자신의 마음' 이었다. 일을 그만둔지 어느덧 3년이 넘어가고, 이제 곧 4년이 된다. 그동안 특별히 이룬 것이 없는 평범한 전업주부가 되버린 나. (잃은 것은 없다 그래도) 내가 그 자리에서 괜찮을까. 내 마음이 혹시나 후회와 걱정으로 뒤덮이면 진심으로 걱정이 되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반가움만큼 내 안에 커진 두려움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컸는데, 돌아와서는 너무나 즐거웠다는 생각 뿐이었다. 남편에게도 와 이런 일도 있었어, 라며 한참 수다를 떨다가, 12시를 훌쩍 넘겨서야 잠이 들었다.
그때서야 알았다. 아 이제 나 완전히 퇴사했구나. 이제 이 글을 닫을 수 있겠구나. 약간의 후회, 아쉬움,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완전히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완전히 그만두었다는 것은 동시에, 완전히 새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다는 진부한 말처럼, 나는 내 인생의 어떤 지점을 완전히 마무리짓고 또 완전하게 새로 시작했다. 그 시작이 비록 창대한 결말을 빠르게 내고 있지는 않으나, 분명 나는 이전의 나와는 다른 걸음과 다른 시선으로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 그 결과가 남들이 보기에 부럽고 나도 자랑하고 싶은 '무언가' 라면 더욱 좋을 수 있겠지만, 아니 그렇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다는 마음이 한 구석에서 새싹처럼 솟아나고 있는 것. 나는 그날 그 마음의 싹을 보았다. 그리고 그 마음의 푸릇푸릇한 싹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닫으려고 한다. 처음부터 나를 위해 시작했던 글이었듯이, 마지막도 나를 위해 마무리해본다. 수고했어. 이제 여기까지가 끝이다. 그리고 고마워. (읽어주신 여러분에게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