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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May 04. 2022

멘토가 필요해

29세 남자 구직자 L은, 비정기적인 아르바이트를 반복하며 최근 1년간 토익준비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부모님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나름 애쓴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볼때 그 1년은 완벽히 허비된 시간이었다. 토익점수만 높으면 대기업이나 공사,공단에 취업이 될까? 결국 그는 취업지원을 받기 위해 내 앞에 앉았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은 취업을 못하신 건가요? 안하신 건가요?"


L은 머뭇거리며 취업을 못한 것 같다고 대답 했다.


나는 다시 응답했다.

"취업을 못했다는 것은, 내가 취업을 너무 하고 싶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근로능력에 장애가 있어서 일을 하고 싶어도 못했을때 성립합니다. 선생님은 취업을 못하신게 아니라 안하신 거에요. 그건 물론 선생님의 선택이었던 거구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은 자꾸 부모님 핑계를 대고 있지만, 결국 선생님 자신도 눈높이가 높은 거에요, 작고 시시한 회사는 가기 싫은 거죠. 하지만 선생님 주변 사람들이 모두 쭉쭉 빵빵 대기업에만 취업하셨나요? "


내가 쐐기를 박자, 그는 깔끔하게 수긍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취업준비의 진짜 시작인 것이다.



직업심리검사를 통해 적성 분야를 탐색하고

그는 법률사무원 취업을 위한 교육과정에 참여했다. 개강하고 일주일 무렵 그는 문자를 보내왔다. 법률용어들이 어렵고 생소해서 힘들다는 하소연이었다. 취업해서도 잘 할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나는 즉시 답장을 보내어 격려했다.

법률용어가 어렵고 생소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그런 교육을 1년간 받는다고 해도 그건 달라지지 않는다. 취업해서 실무를 경험해야 그 용어들이 진짜 이해되고 내것이 되는 것이다.

나 역시 처음 입사해서 3개월간 깐깐한 선임들 밑에서 힘들게 일을 배웠다. 그래서 나는 똑같은 거 두번 물어보지 않으려고 열심히 메모하고 치열하게 일을 배웠다. 지금은 업무적인 면에서 아무도 나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라고 말이다.


나의 경험을 토대로 한 진심어린 조언에 그는 다시 한번 화이팅을 외쳤다.


직업상담사는 진로상담만 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이런 저런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구직자들에게 지속적인 멘토가 되어 주는 것이 어쩌면 우리의 진짜 존재 이유인지도 모른다.


나는 특히 청년들이 취업에 성공하여 프로그램을 종결할때 이렇게 말한다.


"직장생활 하다가 힘들면 언제든지 전화 하세요.

 특히, 때려치고 싶은 생각이 들땐 꼭 전화해요, 그 맘 쏙 들어가게 해줄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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