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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May 04. 2022

위로가 필요해

50대 중반 여자분이 취업 상담을 오셨다.

그녀는 최근에 퇴사하였고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선생님, 실업급여 신청하셨으면 좀 쉬면서 재충전하지 그러세요~"


가볍게 던진 나의 인사말에, 그녀가 갑자기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왜 우시냐고 묻지 않았다. 그녀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나의 인사치레 한마디가 감정을 건드렸다는 것은, 그녀가 살면서 저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아마도 그녀는 오랜 시간 자신의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을 것이다. 싱글인지 여성가장인지 거기까지 자세히 묻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녀가 "노동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왔음은 자명한 것이다.

그와중에 가족이나 주변의 누군가로부터

그만 좀 쉬라는 말을 형식적으로라도 들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티슈를 뽑아 건네며 이번에는 진심을 다해 이 말을 건넸다.

"선생님, 조금 쉬셔도 괜찮아요."



나에게도 일은 생계가 목적이다. 자아계발이니 이런건 개뼉다구 같은 소리다.

하지만 눈뜨고 보내는 하루의 절반을 직장에서 보내면서 일이 오로지 밥벌이의 지겨움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 안에서 느끼는 희로애락, 보람과 성취감이 없다면 나도 진정 울고 싶을것 같다.


동료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시달린 날,

자기 남편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하소연을 했다.

"안돼 안돼, 절대 안돼! 정년까지 쭈욱 다녀야 돼!"

정색하는 남편의 반응에 그녀는 또한번 전의를 상실했다고 한다. 그녀가 정말 퇴사를 결정하고 한 말이었을까. ㅠㅠ


"당장 때려쳐! 내가 먹여 살릴게!"

그 한마디면 우리는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다음날 씩씩하게 출근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일과 가사노동을 병행하며 지친 어느날,

"네가 우리집 기둥인데 네가 무너지면 안되지."

남편의 그 한마디에 나는 자존감이 회복되는 경험을 했다.

이 집안에서 나의 위치와 존재의 중요성을 인정받은 느낌. 이 말이 계속 나가서 돈도 벌고 집안일도 하라는 의미였다고 해도 나는 충분히 에너지가 충전되었던 것이다.


우리에겐 언제나 위로가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위로는 필요하다.

따뜻한 말 한마디여도 좋고,

묵묵히 밥 한끼 사주어도 좋고,

그저 아무말 없이 어깨를 쓸어주어도 좋다.


나 역시 힘들다고 하소연 할때면 언제든지 그만두라는 남편의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된다.

내가 절대 그만두지 않을거라는 걸 알면서!

돈도 쥐꼬리만큼 벌어다 주면서 말이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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