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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Apr 24. 2022

사장님 나빠요?

예전에 어느 개그맨의 이주노동자 성대모사로 유명해진 멘트가 있다.

"사장님 나빠요~"

그 한마디에는 억울한 노동착취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이 담겨 있으니

마냥 웃기에는 어딘가 껄적지근하고 씁쓸함이 있다.



그런데,

정말 사장님들은 나쁠까?

정말 그들은 모두 악덕한 가해자들이기만 할까?



나는 직업상담 현장에서 구인구직 부서에 3년을 종사하며

"나쁜 구직자"들에게 호되게 당하고 상처받는 사장님들을 꽤 자주 목격했다.

여기서 말한 "나쁜 구직자"란,

근로기준법에 통달하여 그 법을 역이용하여 사장님들을 울리는 이들을 말한다.



사례 1.

남자 A는 B회사의 면접에서 다음주부터 출근하라는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사장님은 뭔가 찜찜함을 뒤늦게 눈치채시고 1시간 후에 채용 취소 통보를 했다.

물론 여기까지만 보면 남자 A는 명백한 피해자이다.

왜냐면, 근로계약은 이미 구두계약으로 성립이 된 상태이고,

채용내정 역시 부당해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 A는 매우 즉각적으로 노동청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물론 여기까지도 그 남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다.

문제는, 남자 A가 속칭 진상을 부리기 시작하며 그의 진정성에 스스로 흠결을 냈다는 데에 있다.

그는 B회사의 구인공고를 승인해준 우리 부서에 전화해서 항의를 해대기 시작했는데,

그가 처음으로 전화한 날 마침 나는 연차 사용중이라서

우리 팀장님이 한시간 넘게 그의 폭언에 가까운 항의에 시달렸다.

구인신청은 최저임금 등을 포함하여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승인을 안해줄 이유가 없음에도

남자 A는 말도 안되는 트집거리로 집요하게 팀장님을 괴롭혔다.

며칠후 나도 남자 A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2차전이 시작되려고 하길래, 나는 영혼없는 말투로 그의 말에 맞장구만 쳐줬다.

네~ 사장님 나쁘네요~

네~ 사장님이 잘못하셨네요~

그는 반응하지 않는 내가 재미없어졌는지 5분여 만에 전화를 끊었고 그후 다시 연락은 없었다.

B회사의 사장님은 결국 그가 요구한 합의금을 주고서야 해방 되셨다.




사례 2.

C회사의 사장님이 아주 침울한 얼굴로 나를 찾아 오셨다.

관내의 아주 탄탄한 중소 제조업체이고,

구인 관련하여 내가 여러차례 통화했던 사장님은 참 점잖고 중후한 분이셨다.

얼굴을 뵙는 건 처음이었는데, 대면한 사장님의 인상은 훨씬 더 점잖고 중후하셨다.

그런데 최근에 퇴사한 직원이 노동청에 부당해고 진정을 넣었다며 상담을 요청하셨다.

남자 D는 3개월 전에 경력직으로 입사를 했으나 경력에 대한 허위가 확인되었다고 한다.

경력 5년 이상이라고 하여 꽤 높은 연봉계약서를 체결하였으나

근무를 시켜보니 도저히 경력자라고 볼 수 없는 직무수행능력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에서는 경력 부분을 재조정하여 연봉계약서 재작성을 요구하였는데,

남자 D는 줄인 연봉으로는 자신의 생활이 되지 않는다며,

차라리 퇴사를 할테니 이직할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했다.

사장님은 흔쾌히 그의 요청을 수락했지만,

그렇게 3개월을 채우고 퇴사한 남자 D는 그길로 바로 노동청에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신고를 했다.



사례 3.

E회사의 사장님이 침통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셨다.

최근에 퇴사한 직원이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퇴사후 바로 임금정산을 했으나, 남자 F는 연장근로수당이 미지급되었다며 진정을 넣었다.

남자 F는 퇴사하기 3개월 전부터 집중적으로 야근을 했다고 한다.

퇴직금이 퇴사 직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으로 산정되는 점을 노렸던 것이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해당 야근은 회사의 지시로 이루어진게 전혀 아니었다.

연장근로는 사용자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우리도 연장근로 전에 결재 올리고 관리자의 승인을 받아야만 수당이 인정된다.

그래서 남자 F가 주장하는,

지 혼자 남아서 맘대로 일해놓고 주장하는 야근수당은 인정되지 않을테니

걱정마시라고 위로를 해드렸다.




이러한 상황들은 오늘도 전국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사장님들이 이런 일을 당하는 이유는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나는 B회사와 C회사의 사장님에게,

앞으로는 반드시 근로계약서에 최소 3개월의 수습기간을 명시하고,

최소 3개월은 지켜보고  본채용을 결정하시도록 조언했다.

경력이 중요한 직무라면 반드시 이전 회사의 경력증명서를 받으시도록 조언했다.

그리고 사장님이 바쁘면 인사담당자 한명이라도 근로기준법 교육에 참석시키도록 당부했다.



우리 기관에서는 유능한 공무원들이 일자리 발굴팀으로 활약하며

여러 사업장들을 방문하여 이런 저런 정보를 드리려고 애쓰고 있지만

6급 팀장급 공무원들이 사실상 잡상인 취급을 당하는게 현실이다.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때라도 제발 귀담아 들으셔야 한다.



법에 빠삭하여 그걸 악용하는 구직자들에게 당하고 싶지 않다면

사장님들도 노동법에 빠삭해 지셔야 한다.

최소한 선의로 베푼 것을 악의로 돌려 받는 일은 없으셔야 하지 않겠는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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