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파이어족"이라는 단어가 떠돈다.
40대 부부가 조기은퇴하고 책을 내었다는 기사를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그들은 국민연금 추납까지 마치고 파이어족으로서 행보를 책으로 냈는데
이런 선택이 가능한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구직자가 있다.
2016년 6월에 처음 그녀를 만났다.
그때 당시 그녀의 나이는 만63세,
우리나이로 65세에 가까웠다.
그녀는 오랜 기간 보육교사로 일해왔고
고등학교 상담실에서 계약기간을 연장하며 상담업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 때문에 학교 측에서도 더이상 계약연장이 불가하여 실업자가 되었고
우리 기관의 취업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인상적이었던 건,
취업에 대한 의욕이나 의지가 매우 높았던 점과
나이에 비해 체력이 참 좋았다는 점이다.
어지간해서는 차를 타지 않고 걸어다닌다고 했다.
보육교사로 몇년은 더 활동하고 싶다는
그녀의 간절함을 확인하고
직업상담사로서 최선을 다해 재취업을 돕고 싶어졌다.
하지만, 어린이집의 학부모들이 나이 많은 보육교사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그녀의 재취업은 만만치가 않았다.
여러곳에 전화를 하던 중, 한 어린이집 원장님이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셨다.
나는 그 틈을 파고들어 집요하게 구직자에 대한 "긍정적인" 브리핑을 했다.
그리고, 일단 무조건 면접 기회를 한번만 달라고 요청 드렸다.
면접 당일, 나는 그녀와 함께 동행면접을 갔다.
어린이집에서 원장님과 3자 대면을 하니, 원장님은 적잖이 당혹스러워 하셨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동행면접은 매우 주효했다.
구직자의 성실성과 건강한 체력을 어필하는 상담사의 적극성과,
자신의 강점을 차분하고 조리있게 어필하는 구직자의 적극성에
원장님은 결국 채용을 결정하셨다.
그렇게 재취업에 성공한 그녀는,
그 어린이집의 원장님이 바뀌고,
바뀐 원장님이 새로 개원한 어린이집까지
무려 4년간 근무하셨다.
나이 많은 보육교사에 대해 탐탁치 않아 했던 학부모들도
그녀의 성실하고 진정성 있는 돌봄에 만족스러워 했음은 물론이다.
2021년, 올해초에도 그녀는 돌봄교사로 취업했다는 소식을 보내왔다.
세상에~ 대체 그녀는 몇살까지 일을 하시려는 걸까? ㅠㅠ
70세에도 그녀는 끊임없이 구직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명백한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더이상 60대는 노인이 아니며,
우리는 이제 왕성하게 60대까지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시대에 이미 직면했다.
문제는 우리의 구인 시장이 60대 구직자들을 충분히 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10년 주기로 노동시장은 변화하고, 20년이면 노동시장은 급변할 것이다.
혹자는 60대가 되어서도 일해야 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60대가 되어서도 일해야 하는 노동능력이 100세 시대의 자화상이다.
60대의 경제활동은 여전히 생계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더이상 생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풍부하고 숙련된 경험을 가진 60대의 구직자들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사회에 기여할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60대의 생산성이 경제산업현장에서 긍정적으로 포지셔닝이 될 때
늙은 부모세대의 부양에 대한 청년들의 부담도 좀 가벼워지지 않겠는가.
10년 후,
다시 여기에서,
급변한 노동시장에 대해 논할 수 있게 되길~!
2021.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