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Prologue3

상수 문화살롱의 시작 / 릴레이 소설

by 상수문화살롱

릴레이 소설


첫 릴레이 소설은 중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착실한 신입 교사였던 담임 선생님은 반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하곤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순진한 청소년들이었던 반 학생들은 오글거릴 수도 있는 그 이벤트들을 성실하게 참여했는데 그중 하나가 졸업 맞이 책자를 발간하는 것이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가 재능을 십분 발휘해서 반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그렸다.

그 옆에 추억의 잡지 WAWA109에 나오는 연예인 프로필처럼 각자 본인의 프로필을 써 내려갔고, 설문조사를 넣기도 하였다.

그리고 번호 순서대로 릴레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반 학생들의 온갖 별명이 다 들어가고, 평소의 말버릇이나 특징들이 반영된 장난 가득한 소설의 내용은 사실 특별한 주제도, 교훈도 없는 문장들의 연속이었지만 30여 명의 손글씨가 담긴 꽤 괜찮은 추억 선물이 되었다.


이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독서 모임 연말 파티에서도 릴레이 소설 프로그램을 기획했었다.

어떤 모임이든 모임이 어느 기간 지속되다 보면 기존 멤버와 새로운 멤버가 어울리기 힘든 어떤 벽이 생기게 된다.

각자 의도를 가지고 서로를 멀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멤버는 잘 모르는 지난 이야기로 대화 내용이 흐르기도 하고, 혼자 온 멤버의 옆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만큼 이미 그들끼리 가까이 붙어 있을 땐 약간의 소외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존 멤버와 새로운 멤버가 모두 어색함 없이 참여자로서의 본인의 역할을 해낼 수 있고, 동일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모두 독서라는 주제로 모였으니 각자 한 문장씩을 모아 소설을 한편 만들어보자.


생각해보면 꼭 릴레이 소설이 아니더라도 대학교 과방이나 아르바이트했던 패스트푸드점 휴게실에 있던 날적이와 여러 친구들과 함께 썼던 롤링 페이퍼도 비슷한 형태였다.

이곳에는 더욱 표면적으로 글쓴이의 감정이 드러났다는 차이점을 빼고는 각자 한두 문장씩을 더해 하나의 글 집합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동일했다.


글쓰기를 해보자고 하면 우리는 원고지에 적어냈던 글짓기나 독후감 숙제의 악몽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머리를 부여잡고 써 내려갔던 기억도 함께 떠오른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이미 글쓰기에 많은 경험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릴레이 소설. 창의력이 부족하다면 내 뒷사람이 해결해줄 테니, 빈 종이를 어떻게 채워나가야 하나 하는 부담감도 줄어들지 않을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책에서 맘에 드는 한 문장, 배경음악으로 들리는 노래의 가사가 마음을 울린다면 또 그 가삿말 한 문장, 그리고 각자의 경험과 약간의 상상력이 모인다면 과연 그 결과물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상수 문화살롱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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