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바라보는 시간
언제부턴가 길을 걸을 땐 정면이 아닌,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게 되었다.
산책을 하는 길.
봄이라는 걸 알려주듯, 머리 위엔 벚꽃 잎이 날아다닌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꽃 향기가 퍼져 내 코를 통해 몸속을 돌아다닌다.
햇빛은 뜨겁지만 따뜻하다.
하늘은 파랗다.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파란 도화지는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기 딱 좋다.
나는 시끌벅적한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사람이 싫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난 내 친구들과 있는 것은 그리 싫지 않다.
그래도 역시 혼자 있는 것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겠지.
요즘 하루를 좋게 시작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씻고 바로 나간다.
이 동네는 촌동네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도 많이 없는 길을 나는 그저 걷는다.
뛸 때도 있지만 힘드니까 걷는다.
전에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많이 걷는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걸으면 걸을수록 부정적인 생각에 그치지 않고 더욱 깊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고민하고, 자신에게 질문하고, 그걸 반복하는 사이에 나는 동네의 커다란 운동장에 도착한다.
사람들이 돈다.
누군가는 뛰고,
누군가는 걷는다.
중년 여성
젊은 남성
유모차를 끄는 노인까지
나도 그 사이에서 돈다.
그저 하염없이 운동장을 거닐다 문득 운동장을 전체적으로 보고 싶어졌다.
나는 관객석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가 앉았다.
그리곤 그들을 지켜본다.
솔직하게 말해 재밌었다.
마치 햄스터가 챗바퀴를 도는 걸 보는 느낌.
하지만 비웃을 수는 없다.
그들은 다들 진지했으니까.
진심으로 러닝을 하는 남자.
진지한 표정으로 경보를 하는 여자.
하지만 흥미가 생긴다.
사람이 싫지만 지켜보는 건 다른 이야기다.
무엇을 위해 저렇게 열심히 할까?
저 사람은 몇 십분 째 뛰고 있네. 나도 저렇게 뛰고 싶다.
수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나 또한 진지하게 그들을 바라본다.
관찰자처럼.
평소 같으면 무거웠던 머리가, 마음이,
그 순간만큼은 뭔가 다르다.
가슴 위에 올라간 돌덩이가 사라진 듯 가볍다.
그저 본 것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을 던질 뿐.
놀랄 만큼 호흡은 침착하고, 몸이 나른하다.
내가 본 풍경은 아름답다.
파란 하늘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오늘도 치열하게 운동으로 자신을 단련하는 사람들.
봄이라는 짧은 시기에 맞춰 자신을 뽐내는 벚꽃들과
바람과 함께 부드럽게 떠다니는 향기는 완벽하다.
나는 그저 그곳에 관찰자로서 앉아있다.
그 풍경에 녹아든 것 같은 그 느낌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준다.
이것이 행복이라고 나는 느낀다.
마음이 편해지는 글이다.
오늘 걸으며 느꼈던 감정이, 누군가에게도 전해진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