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곡 엘지빌리지 놀이터 기획단, 2년 반의 소통과 변화를 기록하다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는 마을의 품 안에서 자랍니다.
“놀이터를 그냥 바꾸면 되잖아.”
누군가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곡 엘지빌리지 주민들에게 놀이터는 단순한 시설이 아니었다. 26년 된 아파트 단지, 세월의 흔적처럼 낡아버린 놀이터를 새롭게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웠다.
주민들에게 그건 공간의 변화가 아니라, 사람의 변화였다.
아이들이 매일 뛰노는 놀이터를 새롭게 만든다는 건 단순히 놀이기구를 교체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건 함께 고민하고, 듣고,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마을의 실험이었다.
“이번엔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 아이들이 진짜 좋아하는 놀이터로.”
그 한마디에서 시작된 변화로,‘금곡 엘지빌리지 놀이터 기획단’이 만들어졌다.
아이 셋을 키운 엄마, 입주자 대표회의를 맡았던 주민들, 그리고 마을활동가까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주민이 주체가 된 회의. 웃음과 고민이 함께 오갔다.
“우리 아파트는 26년 차예요. 2010년쯤 한 번 놀이터 교체를 했는데, 그땐 관리소 주도로 진행됐죠. 다양했던 놀이기구들이 똑같은 플라스틱 놀이대와 시소, 그네로 바뀌었어요. 주민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어요.”
김 OO / 놀이터 기획단
그 경험은 많은 주민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래서 2023년, 다시 교체 시기가 다가오자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이번엔 우리가 주인이 되어 만들자.”
아이 셋을 키운 엄마, 입주자 대표회의를 맡았던 주민, 마을활동가가 힘을 합쳤다. 이들이 만든 **‘금곡 엘지빌리지 놀이터 기획단’**은 그렇게 첫 발을 내디뎠다.
모래는 아이들에게 감각과 상상력을 선물했다.
놀이터를 새로 만든다고 했을 때 가장 뜨거운 논쟁은 ‘모래를 없앨까, 지킬까?’였다.
“2018년쯤엔 고무매트로 바꾸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반대했죠. 모래놀이터는 우리 아파트의 상징이었거든요.”
정 OO / 놀이터 기획단
모래는 아이들에게 감각적이고 자유로운 놀이터였다. 하지만 위생 문제와 관리의 어려움으로 갈등이 생겼다.
3234세대가 사는 아파트 주민들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고, 모래놀이터를 유지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지게 되었다.
“모래를 지키면서도 안전하게 관리할 방법을 찾아보자.”
그 약속 하나로, 주민들은 끝없는 대화를 시작했다. 고양이 배설물 문제도, 청소도, 결국은 함께 돌보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놀이터를 지키는 건 결국 시설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라는 걸 배웠어요.”
김 OO / 놀이터 기획단
함께 성장하는 시간, 놀이터가 품은 순간들.
기획단의 활동은 점점 깊어졌다. 주민설문, 아이들 인터뷰, 전문가 초청 강의, 춘천 ‘봄 내림 놀이터’ 탐방까지.
“그곳에서 깨달았어요. 놀이기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요.”
정 OO / 놀이터 기획단
2025년, 금곡 엘지빌리지의 7개 놀이터가 모두 새로 단장됐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놀이터의 모양’이 아니라, 놀이터를 바라보는 마음의 시선이었다.
“어느 날 아이가 높은 계단 앞에서 망설이더라고요. 조금 기다려줬더니 스스로 올라서더군요. 그걸 보며 깨달았어요. 놀이터는 아이의 성장과 용기를 지켜보는 공간이라는 걸요.”
정 OO / 놀이터 기획단
놀이터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곳엔 아이들이 자라며 배우는 시간이 있고,
어른들이 다시 ‘우리’를 떠올리는 순간이 있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뛰노는 그날까지, 우리 마을 놀이터는 계속 살아 숨 쉬겠지요.” 박미정 / 놀이터 기획단
※ 본 콘텐츠는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 수원시미디어센터의 지원사업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